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어느 때보다 강력한 쇄신을 요구받았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5선·인천 계양을)는 취임 직후 “이제는 ‘조국의 시간’이 아닌 ‘국민의 시간’이다”라며 중도층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자 친조국 성향 인사들의 성토가 이어지면서 송 대표의 그간 노력도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與 “조국 멸문지화, 참 끔찍한 일”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7일 자녀 표창장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가 징역 4년을 확정받은 것과 관련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 없이 침묵을 지켰다. 현 정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상징이 된 ‘조국 사태’를 재론하는 것이 임박한 대선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내에선 사법부를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초선·경기 남양주병)은 정 전 교수의 확정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에 “재판운, 판사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만들겠다”고 적었다. 김 최고위원은 “진실과 무관하게 오로지 판사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판결은 사법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경태 의원(초선·서울 동대문을)은 “유힘무죄 무힘유죄”라고 했다. 힘없는 사람은 유죄, 힘 있는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도 전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조국이 멸문지화가 됐는데 그런 느낌을 시민들이 받고 있는 것 같다. 참 끔찍한 일”이라며 “‘창원에 가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앞으로 조국 같은 가족이 몇 명이 생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들의 견해는 이재명 대선 후보와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검찰의 수사가 과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잘못한 부분에 대한 처벌은 조 전 장관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지난달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조국 사태를 “여전히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소위 내로남불인데, 잘못이 있는 것은 당연히 책임져야 하고, 특히 지위가 높고 책임이 클수록 비판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편들기, 李 소신과 배치
당내 일부의 조국 편들기 행태는 ‘형식적 공정’을 넘어 ‘실질적 공정’의 실현을 정치 목표로 삼고 있는 이 후보의 소신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 이 후보는 진정한 의미의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형식적인 공정성부터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조국 사태가 드러낸 스펙 품앗이 및 조작 실태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조국 사태는 상당수 2030세대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돌아선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여권으로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공개적인 친조국 행태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집값 폭등으로 성난 서울·수도권 민심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전력을 분산시킬 뿐 아니라,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고 있는 윤석열 후보의 주가만 더욱 키워주는 꼴이라는 우려가 높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서는 일부 인사들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 올리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