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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데이터 놓고 “영리 목적 이용 안 돼” vs “경쟁력 확보 필수”

입력 : 2022-02-02 21:00:00 수정 : 2022-02-03 10: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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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보험업계 첨예 대립

보험사 요청 작년 9월 반려 이어
지난달 예정이던 심의위 연기돼

시민단체 “단순한 개인정보 넘어
재산포함 총체적 정보 담겨” 반대

건보공단 수장 교체 후 기류 변화
보험업계, 데이터 확보 총력 태세

올해 들어 보험업계가 건강보험데이터 확보전에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데이터 확보량이 곧 미래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데 이어 공공데이터 중 가장 방대하다고 할 수 있는 건보데이터에 눈독을 들이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건보데이터에 대해 단순한 의료데이터가 아니라 소득, 재산 등 민감한 정보의 결정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던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 회의가 연기됐다.

 

앞서 5개 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생명·현대해상)가 건보공단에 2002~2019년 건보 가입자 모집단 2%의 장애·사망·진료·건강검진·요양기관이용 등 의료데이터가 담긴 코호트(동일 사건을 경험한 인구집단) 데이터를 요청했다가 지난해 9월 반려(미승인)당했다. 이후 한화생명이 같은 건에 대해 제공 양식을 보강, 재요구를 한 건에 대해 심의위가 열리려다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회의를 약 3시간 앞둔 시점에 돌연 연기된 것이다.

 

지난해 9월 반려 당시 심의위는 △국민 이익 침해 가능성 △과학적 연구 기준 부합 여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 부합 등 3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실제로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 운영규정’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자료제공 요건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영역의 정책연구와 학술지 논문 투고·출판 목적의 학술연구, 기초·응용 연구 등 과학적 목적 등에 국한된다. 영리 목적의 민간보험사의 요청은 웬만해선 요건에 부합하기 힘든 셈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해 대학을 내세우고 이들을 스폰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코호트 데이터 같은 방대한 데이터는 운영규정의 ‘국민건강정보자료는 공익적 목적의 연구를 위하여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공한다’는 기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앞서 심의위는 “건보공단이 민간보험사들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오래전부터 계층별 단순 발생률 및 유병률 정보를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제공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사옥.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사들은 “가명정보이기 때문에 개인 식별이 불가능해 우려할 부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업계에 데이터를 반출한 점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건보데이터는 일반 개인정보나 의료데이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은 “건보데이터는 단순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 및 보험료 납부와 관련한 납세, 재산, 소득, 의료, 가계 등 개인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며 “여러 정보가 중첩될수록 비식별성이 희석되고, 특히 희귀질환자일수록 고스란히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개인정보보호법의 소관 부처였던 행정안전부조차 “건보데이터는 개인정보법을 넘어 의료법 등 여러 관련법과 얽히기 때문에 다른 비식별데이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상황에도 보험사들이 건보데이터 확보에 목을 매는 이유는 데이터 확보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변혜진 연구위원은 “민간보험사들이 아무리 곁으로 연구 목적을 강조한다 해도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가입자를 보다 촘촘히 걸러내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실손의료보험청구 간소화법안 또한 보험업계에서는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산화·자동화를 통한 대대적인 데이터 확보가 숨은 목적”이라고 밝혔다.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말 강도태 이사장이 새로 취임한 뒤 건보공단의 기류가 급변한 부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용익 전 이사장 당시에는 제공 불가가 원칙이었지만, 수장이 교체되자마자 180도 달라진 것이다. 14명(내부위원·외부위원 각 7명)으로 꾸려지는 심의위는 건보공단 측 7명이 이사장의 뜻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경우 사실상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

 

변 연구위원은 “민간보험이 활성화할수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의 수장이 민간보험사의 편을 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건보공단이 보험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고자 한다면 심의위의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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