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대세론을 이루지 못하고 초박빙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는 배우자 리스크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 김건희씨의 선대위 개입과 무속 논란이 대선 판세를 출렁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후보 본인은 물론 배우자도 검증을 받는 초유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배우자 검증은 당초 민주당이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 등을 공격하며 주도했지만 설 연휴 기간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대장동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등 자체 리스크를 노출한 상황에서 배우자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대선 캐스팅보트 격인 중도층의 표심은 흔들리는 추세다. 중도층이 두 후보 배우자 중 누구의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승부의 향배가 좌우될 수도 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4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0%p)를 보면 김혜경씨와 김건희씨 모두 배우자 보다 낮은 선호도를 기록하는 등 배우자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김혜경씨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 역할 지지도' 문항에서 34.3%를 기록, 이 후보(41.8%) 보다 7.5%p 낮았다. 김건희씨는 윤 후보 지지도(43.3%) 보다 17.3%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념 성향 중 중도층에서는 김혜경(30.5%)씨, 김건희(23.5%)씨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민주당은 윤 후보 본인과 배우자, 장모의 비리 의혹 검증을 위한 당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가족 리스크를 대야 공세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김건희씨 등을 허위 경력 기재, 주가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김건희씨에 대해 무속 논란, 비선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면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와 연결 짓고자 주력해왔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지만 부동산 폭등과 조국 사태 등을 계기로 이탈한 중도층이 윤 후보에게 돌아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후보와 김혜경씨도 후보 배우자도 무한검증의 대상이라며 공세에 동참했다. 다만 이 후보는 김건희씨 녹취록 공개 역풍으로 자신의 형수 욕설 논란이 재점화되자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본인과 민주당이 검증을 명분 삼아 공세를 이어가면서 네거티브 중단 선언은 사실상 백지가 됐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으로 역공에 나섰다. 그동안 김건희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해명에 급급했지만 김혜경씨가 경기도 공무원을 개인 비서로 부리고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선대본 청년본부 직속으로 '김혜경 황제갑질 진상규명센터'를 출범하고 김혜경씨 고발을 예고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김혜경씨 논란이 불거지자 "그쪽에서 공직자 가족에 대해서 무한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저희 가족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2년간 샅샅이 무한검증을 했다"며 당국의 수사를 촉구하는 등 직접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김혜경 논란을 '황제 갑질'로 규정하고 이 후보가 앞세워 온 비주류 또는 개혁·청렴 이미지를 약화하고 '갑질' '직권남용' 등에 민감한 민심, 특히 캐스팅 보트인 2030세대의 분노를 자아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이 후보가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제보자가 폭로를 이어가면서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이 부적절하게 보고 있지만 그 전에 나왔던 여러 사건에 비교해 볼 때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며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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