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군불을 지피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밀리는 등 하향 국면에 들어선 조짐을 보이자 판을 흔들어 반등 기회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사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견제하는 한편 안 후보의 지지층인 중도층을 일부 흡인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9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성장한 정치인이고, 안 후보도 (민주당 시절) 당내에서 주류 세력과 갈등이 있었다"며 "안 후보가 민주당과 같이하는 게 다음을 도모할 수 있고 본인의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선대위 공동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관련해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이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 측이 안 후보 쪽에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는 설이 돌았고 이날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이 후보 측이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 온 안 후보 측에 의원내각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안과 함께 단일화 카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측이 5년 단임제 폐해 철폐를 위한 개헌 및 87년 체제 청산 등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안 후보에게는 사실상 국무총리직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당장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다"(이 후보), "오보"(이 후보 측)라며 선을 그었지만, 실제 물밑 접촉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신저'로는 김관영 전 의원(민주당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 채이배 전 의원(민주당 공정시장위 공동위원장) 등 예전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안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인사들이 거론된다. 이들은 당내 대사면 조치에 따라 최근 민주당에 복당했다.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안 후보가 민주당 대표였을 때 제가 원내 수석부대표여서 가깝게 지냈다. 당시 안 후보와 같이했던 분들이 또 민주당과 함께하고 있다"며 안 후보와의 '케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새해 초중반까지도 잠잠했던 여당 내 '안철수 단일화'론이 최근 들어 부쩍 힘을 받는 것은 지지율 정체를 뚫어낼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당초 송영길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 후보에 공개 '러브콜'을 보냈으나 큰 반향을 끌지는 못했다.
더구나 새해 초부터 이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와 사실상 골든크로스를 이루면서 단일화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다.
당시만 해도 단독으로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퍼지던 상황이었다.
실제 이 후보도 지난달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권 인사들이 단일화를 한다며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이합집산을 한다면 반감이 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1월 중반 이후 이 후보 지지율이 다소 빠지면서 윤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했고 오차범위 밖 열세를 보인다는 일부 여론조사마저 나오면서 '안철수 단일화'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와 관련, "안 후보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후보도 전날 "(안 후보와) 정책 연합도 있을 수 있고, 끝까지 가면서 서로 협력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으며, 단일화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갔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단일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안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누누이 강조하는 데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내건 마당에 이 후보와의 연대나 단일화는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양 측에서 정식으로 위임받아 만나는 사람이 없다"며 실질적인 단일화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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