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초박빙' 싸움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샤이'(shy) 표심에 거는 두 후보의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투표할 때 그 성향을 드러내는 이른바 '샤이층'의 영향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했다. 샤이층이 존재한다면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지배적인 가운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샤이층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3일 뉴스1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윤 후보 37%, 이 후보 36%로 1%포인트(p) 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설 연휴, TV토론 이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자, 두 후보 측 모두 숨겨진 샤이층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비호감 대선'이란 평가를 받는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 모두 각종 의혹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일부 유권자들이 섣불리 마음을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샤이층의 존재 여부와 영향력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세대나 연령별 특징을 보면 굳이 지지 의사를 숨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샤이 표심의 영향력이 있다고 해도 승패를 바꿀 정도가 아닌 두 후보 간 격차를 벌릴 정도"라고 내다봤다.
양강 후보인 이 후보, 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과 함께 최근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 등을 이유로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김관옥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비호감도가 높은 선거로,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며 "여론조사도 응답자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발언과 함께 지지층 결집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을 이유로 오히려 샤이층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이 진영대결 양상으로 흐르는 지금은 지난 19대 탄핵 정국의 대선과 비교했을 때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면서 "샤이층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샤이층이 존재한다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 이 역시 윤 후보에게 보다 유리할 것이란 전망과 '샤이 이재명'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엄 소장은 "여성의 투표 의지가 약화하는 모습이 보여 이 후보에게 다소 불리하고 오히려 샤이 윤석열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유권자 비중을 봤을 때도 윤 후보의 지지 기반을 20대·60대 이상, 이 후보의 지지 기반이 40·50대라고 보면 유권자의 수가 많은 윤 후보의 텃밭 크기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7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예상 밖의 격차로 따돌린 것을 예로, 샤이 보수의 존재가 보다 확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진보 정권 때는 샤이 보수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며 "지난 재보선 때 샤이 보수는 어느 정도 실증됐지만, 샤이 진보는 실증된 예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 프레임이 선명하기 때문에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굳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샤이층이 있다면, (정권교체 여론 속 나서지 못하는) 이 후보 쪽이 조금이라도 더 많을 것 같다"고 달리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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