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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나만의 만년필이 되다 [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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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7 11:30:00 수정 : 2022-03-03 15: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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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제나일’ 수제 공방
제나일 수제 공방 김용현 대표가 확대경으로 완성된 수제 만년필을 살펴보고 있다.

가구를 만들던 두 청년이 지금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제 만년필을 만들고 있다. 나무의 아름다운 무늬와 촉감을 살리는 데 누구보다 전문가인 그들의 만년필 제작 과정을 보기 위해 서울 문래동 ‘제나일’ 수제 공방을 찾았다.

작업대 위에 절단된 원목이 놓여 있다. 올리브(왼쪽부터), 로즈우드, 부빙가, 파덕, 퍼플하트, 유창목, 음핑고, 보고테.
김용현 대표가 목공용 선반에서 끌로 원목을 다듬고 있다.
신수진씨가 굵은 사포인 100방부터 미세하게 다듬어지는 1500방까지 7개의 사포를 순서대로 사용해 매끈매끈하게 표면을 다듬고 있다.

6년째 공방을 운영 중인 김용현 공동대표는 말한다. “나무를 너무 좋아했어요. 따뜻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고 어떤 나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밀도, 무늬, 연마 정도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와요.” “이걸로 만년필을 한번 만들어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만의 만년필을…. 그렇게 시작했죠.”

김용현 대표가 만년필을 조립하고 있다.
완성된 수제 만년필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최미영씨가 수제 만년필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수제 만년필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고급원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보코테, 유창목, 퍼플하트, 로즈우드, 파덕, 부빙가, 음핑고 등 각양각색의 원목들 중 선택이 완료되면 동관 삽입을 위해 드릴링으로 동관 두께만큼 타공을 시작한다. 그다음 목공용 선반에 동관이 삽입된 나무를 고정시킨다. 목공용 끌로 일정한 힘을 주며 반복적으로 깎아나간다. 굵기를 수시로 측정해가며 동일한 굵기로 만들어 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만년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년필의 형태로 잘 깎인 나무는 사포로 샌딩을 시작한다. 가장 굵은 사포인 100방부터 미세하게 다듬어지는 1500방까지 7개의 사포를 순서대로 사용해 매끈매끈하게 표면을 다듬는다. 잘 다듬어진 나무는 수천 년 동안 고가의 가구나 명품 악기에 사용되던 자연 마감재를 사용해 마감처리를 해준다. 모든 마감처리가 끝나면 조립을 해준다. 캡 머리부터 시작해 내부 부속품까지 조립을 마치면 각인을 마지막으로 모든 작업이 끝을 맺는다.

김일신 대표가 서비스로 제공될 가죽 케이스를 제작하고 있다.

‘제나일’ 공방에는 4개월차 신입 여성 목수 2명이 있다. 신수진씨와 최미영씨는 가구목공으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구 공방에 취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항상 무겁고 큰 목재들만 다루다가 만년필 공방에 들어오고 작은 목재를 섬세하게 다루며 느낀 건 딱 여자목수의 일이라는 거예요. 예전엔 퇴근하면 매번 녹초가 돼서 쓰러지곤 했는데 만년필 공방에 들어와선 목수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김일신 공동대표는 “값싼 필기구와 디지털 필기구가 넘쳐나는데 왜 어렵고 힘든 길을 가냐는 말을 주변 지인들에게서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번 가보고 싶은 길이었어요. 만년필을 처음부터 끝까지 (펜과 본체) 만드는 곳이 우리나라에는 한 곳도 없어요. 다 망하고 없어요. 그래서 이걸 다시 살리고 싶어요. 될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만년필은 어떤 이에게는 추억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수집하고 싶은 보물이다. 지금은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지 않지만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여전히 받고 싶은 선물, 소장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만년필은 꽤 인기가 높다.


글·사진=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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