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96달러… 두 달 새 30% ↑
장기전 땐 150달러까지 오를 수도
국제유가 2∼3주 시차두고 반영
물가상승 10년 만에 4%대 전망
소득하위 20%, 연료비 비중 8%
전체가구 평균의 2배 웃돌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월간 소비자물가가 10여년 만에 4%대로 올라 설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지난해 세운 올해 물가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가 및 원자재 급등은 연료비 지출이 많은 저소득층이나 비용 조정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특히 타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5.84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23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이 73.54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여 만에 가격이 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세는 생산자물가와 공업제품 가격에 영향을 줘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간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데, 최근 발생한 물가 상승분 중 석유류의 기여도가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6%) 가운데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1.44%포인트에 달했다. 물가 상승분의 40% 정도가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상승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고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연합 천연가스 수요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미국이 전날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제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융 등 각종 제재는 결과적으로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군사적 충돌로 러시아의 대유럽 석유,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가스대체 석유 수요 증가로 유가(두바이유)가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지난해 12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는데, 석유류 오름폭이 24.6%에서 16.4%로 축소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제는 석유류 가격의 안정세를 기대할 수 없게 된 만큼 향후 물가상승률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내달 4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 동향과 관련해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을 불안요소로 지목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망한 올해 물가전망치(2.2%)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올해 국제유가 오름세가 둔화해 국제유가 평균이 73달러(두바이유 기준)가 될 것으로 가정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상방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은 경제적 약자인 저소득층과 서민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때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가 지출한 연료비(광열 연료비·운송기구 연료비 합계)는 월평균 8만7706원이었는데, 가계 소득 대비 비중이 8.3%였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3.9%)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똑같이 연료비가 늘더라도 1분위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아울러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20% 인하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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