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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결사항전에 막힌 러… ‘아프간戰 악몽’ 재현되나

입력 : 2022-02-28 18:54:14 수정 : 2022-02-28 19: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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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개전 초기 전세에 당황

당초 48시간내 키예프 함락 예상
거센 저항에 5일째 진입 시도만

남성 수만명 피란길서 유턴 참전
여성들은 화염병 만들어서 지원

푸틴 ‘핵카드’ 실현 가능성 작지만
궁지 몰리면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바실키프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바실키프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생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48시간’이면 수도 키예프와 4개 도시를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시민의 거센 저항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 들자 서방은 실제 단추를 누를 가능성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침공 개시 48시간 안에 키예프를 포함한 주요 도시를 장악한 뒤 키예프 페체르스크 수도원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는 장면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푸틴이 2004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찾은 곳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은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될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우크라이나는 군사 전문가들 예상을 깨고 잘 버티는 중이다. 러시아 수호이 Su-30 전투기와 수송기를 격추시켰고, 탱크 수십대와 장갑차 수백대를 폭파시켰다. 크루즈미사일 요격에도 성공적인 모습이다.

20년 동안 군에서 복무한 케빈 프라이스 전 소령은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 크림반도를 빼앗긴 뒤 전력을 증강했는데 푸틴은 ‘풋내기’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며 “러시아 전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탱크가 장갑차와 보병 지원 없이 마을로 진입하는 장면도 목격된다.

“조국을 지킨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에서 여성들이 러시아군 침공에 맞서 싸우는 민병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화염병을 만들고 있다. 우즈호로드=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피란길에 올랐다 다시 조국으로 돌아올 정도로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지난 24일부터 지금까지 약 2만2000여명이 국경초소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온몸으로 탱크를 막아 세우고 여성들은 건물 지하실에서 화염병을 만들어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전쟁의 수렁’에 빠진 것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유사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련은 1979년 12월 친소련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무자헤딘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그러나 탈레반을 중심으로 한 맹렬한 저항에 부딪혀 10년간 막대한 전쟁 비용을 쏟아붓고 병력 5만명을 잃은 채 1989년 철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핵 보유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원대한 계획이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대통령은 훨씬 더 무자비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에 대해 “분쟁 내내 푸틴한테서 봐왔던 하나의 패턴”이라며 “우린 푸틴의 패턴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위장전술’을 펼쳤듯 이번 지시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핵 전문가인 매튜 크로닉도 푸틴 대통령의 대응이 교과서적인 전략이라며 실제 핵 행동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흐루니체프 항공우주 연구생산 센터의 러시아연방 우주국 건설 현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엄포’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는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범을 2020년에 ‘군사행동 확대 예방 및 종료를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핵 정책 전문가인 케이틀란 칼매지 조지타운대 교수는 FT에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국장도 “핵탄두를 이동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분산 배치해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지로·이병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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