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 외교부 인사서 국장급에 기용
노무현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타결에 실무자로 참여했던 소장 외교관이 15년 뒤 우리나라 경제외교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외교부는 8일 재외공관장 및 국장급 인사를 단행하며 안세령(50·사진) 다자경제기구과장을 국제경제국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간 국제경제국장 직무대리로 일해 온 안 과장으로선 ‘직무대리’ 꼬리표를 떼고 정식 국장이 된 셈이다.
외교부 2차관 산하에 있는 국제경제국은 △다자경제기구과 △경제협정규범과 △지역경제기구과 3개과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 외교에서 경제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과 동시에 위상과 역할이 강화돼 왔다. 한때 에너지 및 자원외교와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외교까지 관장하다가 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지는 문제가 생겨나자 이들 분야를 떼어내 ‘기후환경과학외교국’이 신설되기도 했다.
안 신임 국장은 그간 다자경제기구과를 이끌며 우리나라가 회원국인 G20(주요20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 우리의 주된 협력 파트너인 G7(주요7개국) 및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업무를 총괄해왔다. 1997년 제31회 외무고시에 합격하며 외교부에 첫발을 내디딘 안 국장은 그간 주(駐)미국대사관 서기관, 북미유럽연합경제외교과장, 주독일대사관 참사관, 언론담당관 등을 지냈으며 약 25년에 걸친 외교관 생활 대부분을 국제경제 관련 부서에서 보내 ‘경제통’으로 꼽힌다.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유학해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특히 노무현정부 말기 한·미 FTA 기획단에서 활동하며 FTA 협상 및 타결에 깊이 관여했다. 그가 담당한 임무는 대미 협상자료 작성이었는데, 협상장에서 본부장이나 수석대표가 할 발언 요지 등을 만들고 협상에 배석해 발언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자연히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 책임자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국내외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느라 해외출장이 ‘일상’이 되었다. 취재진으로부터 “FTA가 타결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 일주일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고 답했을 정도다. 한·미 FTA 협상을 놓고 제기된 온갖 억측이나 부당한 비난에 관해선 “국익을 위해 주말도, 휴일도 없이 밤새 일했는데 사람들이 ‘한·미 FTA가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말할 때 가장 안타까웠다”는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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