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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학 중심 영재학교와 차별화… 4차산업 맞춤인재 ‘큰 꿈’ [지방기획]

입력 : 2022-03-10 01:00:00 수정 : 2022-03-09 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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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AI 영재고 설립 추진

910억 투입… 전국 50%·지역 50% 모집
인간 뇌 모방 ‘차세대 AI 실현’ 목표
융합교육 담당 전문교사 3년째 육성

도내 핵심성장산업 인력 부족 해소
도민 70% “설립 필요” 유치 열망 높아
충청권 4개 시·도, 대선 공약 제안도
지난 1월 12일 세종시청에서 충청권 시·도지사가 제20대 대선 충청권 공동공약을 건의하고 공약이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충북도 제공

충북도가 교육과 산업 발전을 챙기며 미래 100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 중심의 현행 영재학교와는 다른 디지털 대전환을 전도하는 인공지능(AI) 영재고 설립이 그것이다. 도는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분야 핵심 인재 양성 정책이 대학교 등 고등교육에 집중돼 있다고 보고 있다.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학과를 신설·개편하고 있지만 초·중등 교육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 초·중학교 영재학급·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은 7만명이 넘지만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로 진학하는 인원은 6800여명에 그치고 있다. 고등학교가 AI 분야 영재교육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이유다.

◆AI 영재고 설립 위한 행보 본격화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4차 산업혁명 분야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전국서 50%, 지역서 50%를 모집 정원으로 하는 AI 영재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AI 영재고는 신산업 성장 촉진과 지역대학 역량 강화 등 교육 여건을 개선해 인재 유출 방지 및 유입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9일 도에 따르면 AI 영재고 설립안은 전체 학생 수 360명으로 대지면적 6만㎡, 건축면적 3만1000㎡ 규모다. 사업비는 부지비 외 약 910억원으로 본관동과 창의융합동, AI 융합동, 기숙사, 체육관 등이 들어선다.

교육목표는 뇌인지과학과 컴퓨터과학으로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차세대 AI 실현이다. 컴퓨터시스템과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프로그래밍 학습으로 기계학습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구상이다.

도교육청은 AI 융합교육을 담당할 전문교사 육성에 3년째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 충북대와 한국교원대, 청주교대와 협력해 AI와 교과 융합, AI활용 수업 설계 등의 대학원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방학을 이용하는 계절제와 야간제 5~6학기로 운영하는 이 과정에서 현재 188명이 수업을 듣는다. 올해도 교원 90명을 대상으로 AI 융합교육 석사과정에 등록금 50%를 지원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에 자사고 38개교, 영재고 8개교, 국제고 8개교가 있다. 충북엔 이같은 자사고·특목고가 전무해 고교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초·중학교 졸업 후 고교 진학 학생 중 타 지역으로 떠나는 학생은 연평균 1416명이나 된다.

부산에 있는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충북도 제공

◆충북 AI 영재 육성 산학연 기반 ‘단단’

충북의 최근 5년간(2015~2019년) 경제성장률은 5.0%로 전국 1위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충북 지역 2차산업 비중은 전국 평균(35.2%)을 웃도는 54.9%일 정도로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K-반도체와 K-바이오가 전방산업(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업종)으로 포진하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후방산업(소재나 원재료 공급에 가까운 업종)을 맡고 있다.

충북연구원은 도내 핵심성장산업인 제조업(반도체)과 바이오(헬스케어), 이차전지 등의 AI 산업 인력이 2024년이 되면 7354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AI 영재고를 설립해 지역대학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사회의 영재고 유치를 위한 열망도 높다. 충북도민 70% 정도가 영재고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도는 도의회, 도교육청, 청주시, 청주시의회와 AI 영재고 설립 공동 협약을 맺었다. 대선공약 포함과 사업비 분담 논의 등 사업 추진에 힘을 싣기로 약속했다.

충북의 AI 영재고 교육 기반은 단단한 편이다. 연구개발 분야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와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이차전지 산업, 소부장특화단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청주 강소연구개발특구,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이 연구 기반을 뒷받침한다. 충북과학기술혁신원과 충북연구원, 충북테크노파크,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카이스트(KAIST) 진천AI교육센터, 국가기상위성센터가 연구를 지원한다.

대학과 기업 입장에서도 충북 지역 AI 영재고 설립이 절실하다. 충북대 지능로봇공학과 산업인공지능연구센터, 청주대 소프트웨어융합학부와 AI 융합교육사업단, 중원대 AI의료공학과 등 도내 7개 대학이 AI 관련 8개 학과(473명)를 개설했다. 기업에선 SK하이닉스와 에코프로비엠, 휴먼시스템, 엠비젼, 디투이모션, 게놈연구재단, 휴로, 비엠에이 등이 AI 관련 인재를 필요로 한다.

◆AI 핵심인력 수요는 해마다 증가해

AI는 네트워크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의 등장으로 상당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분야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AI는 연평균 1.8~2.0%의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린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업 70%가 AI를 활용하고 AI가 13조달러 규모의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AI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19년 AI 전문 인력 2만2400명의 활동 국가를 조사한 결과 미국이 46.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11.3%), 스위스(6.6%), 독일(4.2%)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1.8%에 불과했다. 연구소는 국내 AI 인력이 지난해 2555명에서 올해 3132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1월 20대 대선 지역 공약으로 AI 영재고 설립을 공동 건의했다. 도는 주요 정당 충북도당과 중앙당, 국회의원 등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고, 도교육청도 각 정당에 AI 영재고 설립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에 일부 대선 후보는 충북지역 AI 영재고 설립을 약속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교육정책에 소외된 충북이 과학교육도시로서 지역의 선순환 발전을 이끌 원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AI 영재고 설립이 꼭 필요하다”며 “국토의 중심인 충북이 국가 균형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맞춤형 인재 양성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 “AI 리더 육성은 국가적 책무… 충북, 최고의 교육인프라 확보” 

 

“인공지능(AI) 리더 육성은 시대적 과제이며 국가적 책무로 인식됩니다.”

 

이시종(사진) 충북지사는 “교육은 미래 100년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AI 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AI 영재교육은 중간단계인 고등학교 교육에서 단절돼 기본기가 탄탄한 인재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AI 인재 양성을 ‘국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핵심인 AI 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창의적 역량을 갖춘 AI 리더 육성은 더욱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침에 따라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교육부는 충북의 AI 영재고 신설 방안에 부정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런 탓에 충북의 주력 산업인 바이오와 태양광, 반도체, 이차전지, 방사광가속기 등을 담당할 핵심 인재가 부족하고 이는 지역 경제 생산성 저하와 국가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위협할 수 있다.

 

충북은 ‘생명과 태양의 땅’이라는 비전으로 지난 10여년간 바이오와 태양광, 화장품, 뷰티,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등 6대 신성장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충북은 태양광 셀·모듈 생산 전국 1위, 이차전지 생산액 전국 1위, 반도체산업 생산액 전국 2위, 바이오산업 생산액 전국 3위 등 K-반도체와 K-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1조원 규모의 첨단 핵심연구장비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AI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각종 연구개발 특구를 선제로 구축해 미래 신산업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카이스트와 충북대 등 AI 선도 대학과 한국교육개발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위치해 있다. 여기에 지능의료 연구개발지구와 자율주행 상용화지구 등 교육·연구·산업을 연계한 AI 인프라를 갖춰 국내 최고의 과학인재 교육 환경을 확보했다.

 

이 지사는 “충북은 AI 영재고 설립 최적지로 글로벌 과학인재 양성과 국가 교육기회 불균형 해소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임기 내 AI 영재고 설립을 성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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