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반전시위 러 언론인 33만원 벌금

‘가짜뉴스법’ 따라 최고 징역 15년형 가능
“경찰서 14시간 이상 심문… 혼자 시위 결정”

러시아 채널1 편집자 마리아 오브샤니코바(사진 속 화면 오른쪽)는 지난 14일 저녁 자사 생방송 도중 뉴스를 전하는 앵커 뒤에 반전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국영 TV 뉴스 생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언론인이 벌금형 판결을 받았다. 다만 러시아가 최근 제정한 ‘가짜뉴스법’에 따라 추가로 최고 징역 15년형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TV ‘채널1’의 편집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Marina Ovsyannikova)는 이날 시위법 위반 혐의로 벌금 3만루블(약 33만원)을 선고받았다.

오브샤니코바는 전날 생방송 저녁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뒤에서 “전쟁 반대(NO WAR)”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전쟁을 중단하라”, “선전선동을 믿지 마라”, “그들은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그는 시위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 그동안 크렘린궁의 선전을 위해 일한 것이 창피하다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밝힌 그는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드는 것을 묵인했던 게 부끄럽다”며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러시아는 침략 국가”라고 강조했다.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인들의 반전시위 참여도 독려했다. 그는 “이 모든 광기를 멈출 수 있는 힘은 러시아인들에게만 있다”며 “두려워하지 마라.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가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16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는 “(내가) 전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진실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시위 직후 체포돼 경찰로부터 14시간 넘게 심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좋아하지 않아 스스로 (시위) 결정을 내렸다”며 시위가 혼자 계획한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윤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