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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내세운 ‘용산 시대’에 정국 ‘시끌’… 靑은 ‘신중’, 민주당은 “참담·재앙” 비판

입력 : 2022-03-21 16:02:00 수정 : 2022-03-21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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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靑 수석 “尹 공약 존중 기조 변함없어
尹 의지 잘 지켜지기를 저희도 기대”
민주당은 “불통 정권”·“집무실 이전에만 몰두” 비판
일각선 “尹, 집무실 이전 권한 없어” 주장도
국힘 “민주, 새 정권 발목 잡기에 혈안…협조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민생보단 집무실 이전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당선인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두 분이 만나면 ‘국민 곁으로 청와대가 더 가겠다’라는 당선인의 의지를 어떻게 잘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 비용을 예비비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이전 예산 등이) 정식 과정을 통해서 제안이 되고, 설명이 되고, 요청이 오면 정해진 과정들에 의해서 협의를 긴밀하게 해 나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을 했습니다만 저희 때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걸 지키지 못했다”면서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잘 지켜지기를 저희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측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국방부 청사 건물에는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과 함께 기자실이 들어선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조감도. 대통령직인수위 제공

카타르를 방문 중인 김부겸 국무총리는 20일(현지시간) 도하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기자단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발표와 관련해 “여러 가지 고민이 있지 않았겠나. 새 정부의 상징적인 사안이 돼버려서 당선인으로서는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리는 “논란은 있지만 그것이 새 정부의 성격을 절대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평가는 모두 다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차기 정부의 성격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 “민생에 백해무익” 공세…국힘 “새 정권 발목 잡기 말고 협조해야”

 

청와대의 신중한 분위기와는 달리,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국민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보다 집무실 이전에만 힘을 쏟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하루하루 불안하고 고통스러운데 당선인이라는 분이 새집을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참담하다”며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과 같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선 열흘 만에 불통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이러니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섰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응천 비대위원은 “윤 당선인은 임기 시작 전 60일 중 벌써 열흘을 보냈는데 그간 몰두한 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인테리어, 이사 비용”이라며 “임기 첫날부터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할 것은 용산 집무실이 아니라 국민들께 약속드린 2차 추경”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비대위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내에선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관련 법률에 저촉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당선인은 취임 전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을 결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대통령직인수법 어디에도 당선인에게 국가 기관의 이전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에게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 승인, 집행할 권한 또한 없다”며 “인수위는 당선인의 예우와 인수위 활동에 필요한 예산만을 행정안전부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신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재정법상 윤 당선인이 이전 비용으로 활용키로 한 예비비는 신청을 중앙부처의 장이 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현직 대통령이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안 의원은 윤 당선인이 밝힌 국방시설 이전 계획 역시 국방시설사업법에서 정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선자가 취임 전에 군 통수권자의 승인이 필요한 국방부 이전 행위를 결정하고 사실상 공포하고 강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5월 10일 취임 후 정당한 권한으로 적절한 안보 대비 조치를 해가면서 국민과 소통하며 정확한 예산을 계산하고 확보해 추진하는 것이라면 누가 반대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제에 국회는 대통령집무실법을 제정해 현재의 법적 혼란을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새 정권 발목 잡기’에 나섰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집무실 이전 비용과 관련해 “예비비를 편성해서 지출하게 해주는 것은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그에 대해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예컨대 인수위에서 500억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하면 인수위 권한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문 대통령이 집행해주시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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