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준석 당 대표와 다른 목소리
인수위, 전장연 측에 만날 뜻 전달해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첫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현장을 찾아서 한 말이다. 같은 당 이준석 대표가 전날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전장연이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한 다음 날 출근길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 꿇고 사과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저는 국회의원으로 오긴 했지만 그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혐오와 눈초리를 감수하면서 장애인들을 대변해주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당 대표와 소속 의원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 내 논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의원은 “의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날 SNS에 장애인 시위를 9차례나 비판한 이 대표에 대해 “섣부른 판단과 언어 사용을 통해 오해와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성숙한 반응은 아니다”고 말하며 이 대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장애인들의 요구가 여전히 정치나 예산의 영역에서 반영되지 않는 책임을 통감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의 발의된 장애인 이동권 관련 법안에는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다뤄지지 않고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는 것에 대해서 국회의원이 아닌 같은 어려움을 공유한 당사자로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도 이준석 대표를 찾아 출근길 시위를 향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지체장애인인 이 의원은 “시위로 인해 시민들의 느끼는 불편함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당 대표가 나서서 네거티브한 공방을 하는 것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며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해결이 아니라 ‘이재명에게 해달라고 해라’는 식의 (이 대표의) 발언들은 문제가 장기화하고 고착화할 수도 있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장연은 윤석열 당선인 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책임 있는 면담 일정 또는 장애인권리보장예산 약속이 있다면 투쟁을 유보하고 기다릴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당선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 의원은 “당장 말로만 약속하는 것보다는 정부 구성 전까지 당이 나서서 장애인 이동권 정책에 대해 예산이 확보된 진일보한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는 29일 ‘출근길 시위’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장연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장연 측은 “인수위와 어떤 식으로 만날지 논의 중”이라며 “단순히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요구에 대한 정책적인 약속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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