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최 회장 포항 비공식 방문했지만 이강덕 시장 안 만나
‘어처구니가 없다.’
최정우(사진) 포스코그룹 회장이 결국 경북 포항을 방문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7일 열린‘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착공식에 불참했다.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과 관련해 불과 수개월 전 포항시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착공식에 불참한 그의 행보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포스코,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오후 3시20분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서 열리는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번복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1일 홀딩스 전환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10일 이사회 의결, 올해 1월2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아 왔다.물적분할을 통해 포스코 지주사인 홀딩스를 서울에 두고 산하에 철강사업 자회사인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케미칼 등 각종 자회사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투자 축소에 따른 인력 유출과 세수 감소를 우려한 포항시민들이 범대위를 구성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발이 커지자 포스코는 2월25일 지주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포항시 등과 합의했다. 당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현재 포항제철소 대표이사), 전중선 포스코 사장, 이강덕 포항시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강창호 범대위원장 등 5명이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김학동 부회장 등은 최 회장이 조만간 포항을 공식 방문한다는 약속을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최 회장은 정작 지난 1일 포항을 비공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이 1일 1박2일 일정으로 포항을 방문한 것은 포스코케미칼 고객사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며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공장 안내 등 현장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을 가졌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그룹 고위 관계자 10여명, 다른 대기업 관계자 10명은 당일 오후 양측의 만남을 가진 뒤 별도의 자리를 가졌다. 포항시 남구 지곡동 청송대에서 저녁을 곁들인 만찬을 했으며, 다음날인 2일엔 경주 인근의 골프장을 찾아 ‘비즈니스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의 회합에 대해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의 일상적인 모임이 그렇 듯이, 그날 만남도 비지니스 차원의 모임이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당시 포항을 방문하면서 포항시 측과는 현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이강덕 시장과의 면담도 피했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 수일 전 대기업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골프까지 했으면 양극재 공장 착공식엔 불참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는 게 포항시민들의 정서다.
강창호 위원장은 “2월25일 합의서 작성 당시 (이후에) 최 회장이 반드시 포항을 찾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해 놓고, 착공식 전날 밤에 최 회장 방문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어 “실망감에다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범대위는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과 관련해 최 회장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이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포스코 측에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 회장의 착공식 참석을 계기로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합의서 이행, 추가 투자 언급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방문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이런 기대감은 일단 꺾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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