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마법학교’로 불려요.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결정하고, 색깔을 낼 수 있지요.”
경기 안성시에 있는 ‘신나는 학교’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도전의식’과 ‘교육의 가치’에 방점을 찍은 이 학교의 운영 목표 그대로였다.
지난 7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30명의 학생이 학교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안성몽실학교 3층 자치꿈실에 마련된 행사도 교직원이 아닌 학생들이 홍보위원회를 꾸려 마련했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보조하거나 지원하는 것으로 제한됐다. 10학년 김솔원군은 “일반 학교에 다닐 때는 책상에 앉아 교과 위주의 수업을 받았는데 이곳에선 파쿠르 체험과 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업도 한다”고 소개했다.
신나는 학교는 지난달 1일 경기도교육청이 문을 연 공립 대안학교이다. 도교육청이 추진해온 미래학교 중 첫 사례로 일반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통합한 6년제 기숙학교의 형태를 띠고 있다. 12학년제를 채택해 중학교 1학년이 7학년, 고등학교 3학년은 12학년이 된다.
정원은 90명이지만 우선 30명을 가려 뽑았다. 12학년을 제외한 7학년부터 11학년까지 남학생 6명, 여학생 24명이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팀프로젝트 등을 거쳐 모험과 재미가 가득한 공간에 적합한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이 학교는 정식 학력이 인정되지만 학급이 없고 성적표에 학업 성적을 따로 매기지도 않는다.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스스로 교육과정을 정한다는 것이다. 대안학교로 규정돼 법정 수업 중 절반만 이행하고 나머지 과정은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입학 전 자신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짜도록 했다.
교과과정은 여느 대학 강의에 견줄 만하다. 이날 공개된 수업시간표는 인간관계와 리더십, 인류의 지혜, 내 삶의 나침반 등 다른 학교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학생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직접 제안하고,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 수업은 한 학기 내내 진행되지 않고 수업을 마치는 대로 다음 수업으로 넘어간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특정 관심사에 매몰되지 않도록 국어·영어·수학·과학과 같은 정규 과목도 함께 진행한다.
이날 팀프로젝트 시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토론의 주제로 다뤄졌다. 전쟁의 원인과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해법을 찾도록 했다. 다른 교실에선 세월호 유가족 4명과 함께 노란색 리본 등 세월호 추모품을 만드는 수업이 진행됐다.
체육시간에는 생소한 파쿠르가 교과목으로 등장했다. 파쿠르는 맨손과 맨몸으로 도시 빌딩과 자연 속에서 장애물을 뛰어넘는 극한의 운동이다. 신나는 학교 학생들에겐 난이도보다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협동으로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수업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수평적 관계에서 진행된다. 학생과 교사 비율이 3대 2라 가능한 일이다.
앳된 표정의 학생들은 발표할 때만큼은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11학년 하수연양은 “한 달간 생활해보니 원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교사와 학생이 수직이 아닌 수평 관계라 좋았다”고 말했다. 9학년 최지유양도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나는 학교는 현재 옛 안성 보개초등학교 부지에 새 건물을 세우고 있다. 2023년 완공 때까지 학생들은 안성몽실학교 건물을 빌려 쓰고, 인근 경기도교육청 안성 수덕원을 기숙사로 사용한다. 학교 관계자는 “기숙사 생활 역시 공동체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안교육의 권위자인 하태욱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런 교육에 목마름을 느끼는 걸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교육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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