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재 의원 “지선 앞두고 출마자들 행사장에 참석 말라 연락 받아” … 인수위 관계자 “모르는 일”
이철우 도지사, 강영석 상주시장, 고윤환 문경시장 등 윤 당선인과 공식 행사서 회동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포항 등 경북지역을 방문해 가진 공식행사에 현 지자체장이 초대받지 못하자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윤 당선인이 선거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6·1 지방선거 예비후보와 거리를 뒀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현직 지자체장들이 초대 받았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1일 평소 정치적 고향이라고 부르며 자신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준 경북지역을 찾았다.
이날 윤 당선인은 안동, 상주, 구미, 포항, 경주를 잇따라 찾아 대선 기간 열렬한 성원을 보내준 데 감사 인사를 보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동해안횡단대교 종착지인 포항시 북구 여남동 해상스카이워크 현장 방문에 이어 6시쯤 죽도시장 개풍약국 앞에서 당선인사를 했다.
동해안횡단대교 브리핑 현장에는 윤 당선인을 포함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국회의원(경북도당 위원장), 김병욱 의원, 지역 국회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작 브리핑을 해야할 이강덕 포항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메인 행사장 먼 발치서 이 시장의 모습이 목격됐다.
송경창(전 포항시 부시장) 경산시장 예비후보가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시민들은 의아해 했다.
이후 죽도시장 개풍약국 앞으로 자리를 옮긴 윤 당선인은 2시간 전부터 운집한 시민과 지지자 등 1만5000여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당선인은 연설에서 "지난 2월27일 북포항우체국과 죽도시장 유세에서 보여준 포항시민들의 성원과 뜨거운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당선되면 꼭 다시 포항을 찾겠다는 약속을 한뒤 조금 늦게 도착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국민을 잘 모시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하자 시민들은 큰 박수와 함께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도 이강덕 포항시장은 죽도시장 길 건너편에서 윤 당선인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 포항시장 예비후보들은 국민의 힘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를 입고 시민들을 만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후 이날 7시부터 포항수협송도활어회센터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수행원, 경호 인력 등 40~50명이 만찬을 즐겼다.
이 자리에는 윤 당선인을 비롯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김병욱, 이만희, 윤두현, 김석기, 정희용(인수위 정무1팀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등 10명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0만 포항시민의 수장인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곳 만찬장에도 초대받지 못하자 시민들은 그 이유를 사못 궁금해 하고 있다.
국민의 힘 경북도당 위원장인 김정재 의원(포항 북)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인 측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은 공식 행사장에 들이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선거 복장도 입지 말라고 연락이 와서 각 지역 마다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는 출마자들이 때빼고 광내고 와서 사진을 찍은 후 선거에 이용하는 일이 허다해 선거 중립을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며 "이철우 도지사와 의전 방향을 논의한 뒤 결정했고, 당선인은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받고 있는 만큼 당선인 측 요구대로 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이보다 앞서 상주·문경시를 방문했을 당시 윤 당선인은 강영석 상주시장, 고윤환 문경시장이 동석, 시민들과 기념촬영까지 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인수위나 경북도당으로 부터 공식 행사장에 참석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동해안횡단대교 브리핑 현장에는 경산시장 송영창 예비후보도 이철우 도지사와 함께 동석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에게 질의하자 문자로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철우 도지사와 인수위 정무1팀장인 정희용 의원에게도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회신이 없었다.
현직 포항시장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윤 당선인에게 동해안횡단대교 등 지역 현안사업 보고를 준비하던 포항시는 매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시 공무원 A씨는 "동해안횡단대교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에 이강덕 시장이 필히 있어야 함에도 이 시장이 없어 잔치날에 주인공이 없는 외부 행사로 전락했다"며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는 몰라도 타 지자체장과의 형평성 논리에도 크게 위배되는 처사이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포항시민 윤모(50)씨는 "정치도 상도의가 있는데 이번 사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정치인들은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6.4 지방선거로 인해 공통으로 적용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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