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밀집·흡연·취식 등 방역수칙 위반
경찰 “집시법·감염병법 위반으로 수사 착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3일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대규모 ‘기습’ 집회를 열었다. 앞서 법원은 정해진 구역에서 집회 인원을 229명으로 제한해 개최하라는 조건으로 허용했지만, 이날 주최 측 추산 6000여명의 조합원이 집결했다. 아울러 허가된 지역을 벗어나 진행되기도 했다.
우려됐던 경찰과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으나 집단 흡연과 취식 등 방역수칙 위반이 심심찮게 포착됐다.
대규모 인원 집결로 경찰이 교통 통제에 나서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반대” 도심서 집회…교통 통제에 시민 불편도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에서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다가오는 5년은 ‘윤석열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여야 한다”며 “윤 당선인이 재벌과 자본의 손을 잡는다면 우리는 2500만 노동자와 손을 맞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연설 중 “윤 당선인의 말처럼 주 120시간 일하다 죽으라는 것이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이번 집회를 금지한 데 대해서는 ‘선택적 방역’이라며 항의도 제기됐다. ‘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야외 평화 집회를 불허하는 행위는 독재”라며 “야구장은 허용하고, 민노총 집회는 불허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경찰과의 대치도 이어졌다.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찰 측에서 세차례 해산 명령을 내려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혜화경찰서 측은 현장에서 “현재 집회는 불법집회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즉각 해산 명령을 내린다”며 “불응 시 6개월 이하 징역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이날 도심 전역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134중대, 병력 8500여명을 동원했다고 한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광화문 인근에 최대 299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허가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불복하고 예정대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1만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했다.
이날 경찰이 집회 예상지역 부근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병력을 배치하자 민주노총은 종묘광장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기습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장소 변경으로 경찰 병력이 종로3가 방향으로 이동한 뒤 차량 통제가 이뤄지자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정수영(24)씨는 “버스가 예상 시간보다 한참이나 늦게 와 기다리고 있다”며 “원래 시위 장소가 이곳이 아니었던 거로 아는데 애꿎은 시민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공원 내 흡연·취식 및 쓰레기 투기까지…방역수칙 위반에 경찰 수사 착수
집회가 진행된 종묘공원 내에서는 법원이 명령한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공원에서 흡연은 전면 금지되고 있으며 법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집회 참석자의 흡연을 금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날 공원 곳곳에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마스크를 내린 채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거나 이동하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집회 인근 벤치 등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식사하거나 음주를 즐기는 조합원도 보였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금지한다’고 적힌 팻말 앞에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시위 때 들었던 피켓이 쌓인 쓰레기봉투가 여럿이 눈에 띄기도 했다.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면서 법원이 명령한 ‘개인 간 2m 이상 간격 유지’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공원의 공간이 한정돼 있으니 최대한 밀착해 달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법원은 전날 민주노총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면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집회를 전면 허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집회를 허용하되, 참석자는 모두 ‘KF94’ 등급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집회 참석자는 취식 및 흡연을 해서는 안 되며, 참석자는 2m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조건을 부과했었다.
경찰은 이날 공공운수노조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에 대해 즉시 출석을 요구하고, 채증자료 분석 등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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