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언론 “韓선박 호르무즈 통과 막자”… 외교부, 이란대사 초치 등 공식 항의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란 언론의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란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여승배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 청사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불러 이란 보수매체인 카이한(Kayhan)의 편집장 기고문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17일(현지시간)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 카이한 편집장은 기명 칼럼을 통해 “이란은 한국으로 향하는 화물선 또는 한국에서 출발한 선박을 폐쇄해야 한다”며 “이들이 이란에 진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의 빚을 갚을 때까지 통행을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 차관보는 이 주장의 국제법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국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원화 동결자금이 이란 국민의 소유라는 인식하에 미국 등 유관국과 관련 사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2010년부터 이란 중앙은행(CBI) 명의로 국내 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5월 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하면서 해당 계좌는 동결된 상태다. 칼럼에서 언급된 ‘한국이 이란에 빚진 70억달러’가 바로 국내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을 뜻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이 동결 자금으로 지난해 6월(1600만달러)과 올 1월(1800만달러) 2차례에 걸쳐 이란이 연체한 유엔 분담금을 대납해준 바 있다. 이란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방식으로 분담금을 대납해주면서 상실했던 유엔총회 투표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 칼럼은 한국 정부가 해당 자금을 일방적으로 묶어놓고 있다는 ‘억지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샤베스타리 대사는 한국 정부의 우려를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하면서 기고문은 이란 정부의 입장이 아님을 강조하고 양국 관계에 관한 이란 측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란 정부는 특정 외국 은행과 제재로 묶인 이란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잠정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해당 합의로 풀릴 동결자금은 70억달러 규모로, 이는 국내에 동결된 이란 석유 대금 잔액 규모와 일치한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한국과의 합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