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자신들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이번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김 총장에게 검찰 내부에 대한 설득과 민주당에 대한 설득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 총장을 70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법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며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이 검찰의 수사능력을 신뢰하는 건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최근 검찰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 입법도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민주당 역시 다시 한번 입법 과정을 돌아봐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강행이 현실화하자 일선 검사들이 법안 거부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잇따라 상황 중재를 요청했다.
172석을 가진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사람은 문 대통령밖에 없다는 절실함에 호소문을 쏟아내고 있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입법 독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헛된 시도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께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해보려고 한다”고 적었다.
권 과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제는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72명 절대다수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다”며 “너무 무거운 짐이겠지만 큰 뜻을 품고 정치를 시작했던 첫날의 마음을 잊지 마시고, 위헌적이고 국민 불편만 가중하는 법안 통과를 막아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적었다.
박병석 의장에게는 “합리적인 의회주의자로서 여야 협치를 향상 강조하셨던 대로 법안 통과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권 과장은 일선 검사들도 호소문 작성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며 20일까지 호소문을 취합해 문 대통령 등에게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어 법무부 소속 검사들도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고 일선 검사들 역시 속속 호소문 작성 대열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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