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자 중도 사퇴론엔 신중 모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의혹이 갈수록 커지며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부정의 팩트”를 언급하며 정 후보자를 엄호하려 했으나,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조차 정 후보자의 사퇴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자 윤 당선인 측은 뒤늦게 “부정한 팩트라고 말한 것은 법적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로 알려진 것 역시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사안이 있는지 없는지 언론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 대변인은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라는 말에 대해선 “두 분은 서울,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검사, 의사로 각자 바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해왔다”며 “어제인가 그제인가 정 후보자가 ‘지기’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40년 지기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다만 “실제 제기된 여러 의혹을 자료, 증거를 갖고 여야 의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장된 자리가 청문회”라며 정 후보자의 중도 사퇴론에 대해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이날 윤 당선인 측 입장은 이틀 전과 온도 차가 있다. 배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배 대변인은 “과거 자녀 문제, 위·변조 같은 명확한 범죄,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후보자 본인이 정확한 해명을 해서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지 저희도 지켜보고, 무엇보다 국민의 말씀을 경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표창장, 각종 인턴증명서 등 스펙 위·변조 사건과 정 후보자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취지로 해석됐다.
정 후보자 역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녀 입시 등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23쪽 분량 질의·응답 자료도 배포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조 전 장관 사례와 나란히 비교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정 후보자 사퇴 필요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법률의 잣대를 가지고 그 사람이 법률적으로 위반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일반 국민의 상식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생각해야 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이 사안을 판단할 때는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고,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정 후보자가 빨리 결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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