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법 개정으로 ‘훅’ 가는 직업인 것 처음 알아”
“합격자 200명, 발령 못 받을 수 있다는 통보 받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현직 검사들이 전국 단위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사관과 실무관 등 8000명에 육박하는 검찰청 직원들의 목소리는 검수완박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들 직원은 민주당의 ‘번개 작전’식 검수완박을 바라보며 직업인으로서 그간 삶이 철저히 부정당하는 자괴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처럼 대외적 의견 표명을 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고 한다.
검찰 수사관 A씨도 그런 생각으로 검수완박 논의를 바라보는 검찰청 직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9일 세계일보에 보내온 편지에서 “일방적인 법 개정으로 제 삶의 터전이자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그간 열심히 살아온 한 인간이자 국민으로서 너무나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관이 일부 의원들이 말하는 ‘악당과 수호자의 싸움’에서 정말로, 당연히 희생돼야 하는 건가. 아니면 저희도 제거해야 할 악당에 해당하는 것이냐”고 했다.
세계일보는 20일 A씨와 전화 통화를 거쳐 그의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수사관들의 생각은.
“검찰 수사관도 국회와 정부가 지켜야 하는 당연한 국민이다. 그런데 소위 검수완박이 왜 검찰 수사‘관’ 완전 박탈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여야 공방은 어떻게 바라보나.
“저는 10년 이상 검사실에서 근무한 검찰 수사관이자,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연로한 누군가의 자식이며, 두 아이의 아빠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정치논리와 명분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단지, 지금 일방적인 법 개정으로 제 삶의 터전이자 근간이 흔들리고 그간 열심히 살아온 한 인간이자 국민으로서 너무나 억울하다.”
―검수완박이 현실화할 경우 수사관 등 직원들의 직업 안정성에 대한 고민을 들려 달라.
“검찰 수사관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에 의해 만들어져 70년 이상 존재하고 앞으로도 범죄가 있는 한 당연히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검사와 다르게 누군가의 일방적인 법 개정으로 한 방에 ‘훅’ 하고 사라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나름의 직업 역사가 형성된 수사관을, 누군가의 자식의 미래에 유망한 직업으로 꼽히는 검찰 수사관을 반드시 없애야 하는가?”
―검수완박 논의에서 직원들의 의견은 수렴되고 있나.
“혹시나 검수완박 하더라도 수사 잘못이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다시 한 번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있다. 그런데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검찰 수사관 등 직원 의견은 왜 제대로 청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느 누구도 저희 존재를 고민하거나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 심지어 작년에 합격한 후배들(200명)은 현재 수습 중 발령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까지 받아 사태가 심각하다. 왜 수사관의 존재와 실체만 따로 분리되고, 걸러지고, 사라져야 하는 것인가? 혹시 검찰 수사권과 더불어 검찰 수사‘관’ 완전 박탈인가? 수사관이 무엇을 잘못했나? 왜 이리 가혹한가?”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검찰정상화’라고 주장한다.
“70년 이상 존재하고 앞으로도 당연히 필요한 검찰 수사관의 존재와 실체가 일방적인 법 개정으로 왜 사라져야 하고, 왜 소중한 직업을 잃어야 하나? 얼마든지 검찰 수사관의 지위와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고 검사에 대한 내외부 통제 방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검수완박 할 수 있지 않나? 도대체 권력 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따지면서 그간 거의 대부분 일반 서민의 형사 사건을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각종 수사 민원을 취급하는 수사관의 직업 소멸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은 검찰청 인력을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수용하면 된다고 한다.
“검찰청 내부 인사만 해도 2개월 이상 걸린다. 그런데 민주당은 유예기간 3개월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더구나 새로운 기관을 신설하려면 정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이제 곧 야당이 되는 민주당이 정부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고 있는데,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부족한 부분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면 된다는 식인데, 직업인으로서 불안하지 않을 수 있나?”
아래는 A씨가 보내온 편지 전문이다.
검찰수사관도 국회와 정부가 지켜야 하는 당연한 국민입니다. 그런데 소위 ‘검수완박’이 왜 검찰수사관 완전 박탈로 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10년 이상 검사실에서 근무한 검찰수사관이자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연로한 누군가의 자식이며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오늘 이 글은 오롯이 저만의 생각입니다.
저는 소위 정치권에서 말하는 ‘검수완박’에 대한 정치논리와 명분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찰도 자신의 업무와 범죄수사를 잘 하기 때문에 검경 수사문제나 우위여부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의 일방적인 법개정으로 제 삶의 터전이자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그 간 열심히 살아온 한 인간이자 국민으로서 너무나 억울하여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으니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잠깐 제 삶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늦깎이로 3년이라는 지방직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검찰수사관의 매력 때문에, 아내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2년의 수험생활을 통해 30대 후반에 검찰 7급을 어렵게 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검찰수사관으로 발령받아 일하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수사업무를 기피하는 현실이지만, 저는 검사실에서만 거의 10년 동안 수사업무를 수행하고 지금도 수사기록을 보며 어떻게 보완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삶의 일부가 된 검사실, 늘 함께 한 실무관, 사무원, 운전원 등 대다수의 검찰청 직원 모두가 수사부터 검사의 기소 그리고 공판부터 형집행, 범죄수익환수 등 고유업무에 이르기까지 필수적인 수 개의 단위업무를 맡아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검찰수사관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에 의하여 만들어져 70년 이상 존재하고 앞으로도 범죄가 있는 한 당연히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검사와 다르게 누군가의 일방적인 법개정으로 한 방에 ‘훅’하고 사라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검찰청 소속 검사는 2,000명이지만 검찰수사관, 실무관 등의 검찰청 직원은 거의 8,000명에 가깝습니다. 저희 직원 가족까지 더하면 족히 2만명은 넘을 것입니다. 심지어 작년에 합격한 후배들(200명)은 현재 수습 중 발령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까지 받아 그 사태가 심각합니다. 정말로 검찰개혁이 한 사람의 직업과 생존 그리고 가족의 안정문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할 정도로 급한 것인가요?
혹시나 ‘검수완박’하더라도 수사 잘못이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피의자한테 다시 한 번 진술이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있는데, 검수완박으로 사라지고 가장 피해를 보는 검찰수사관 등 검찰청 직원의 의견을 왜 제대로 청취하지 않는가요?
소위 정치권에서 말하는 검찰개혁 명분 때문에 국민 누구나 잘 알고 있고 나름의 직업역사가 형성된 검찰수사관을,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의 미래에 유망한 직업으로 선택되는 검찰수사관을, 반드시 없애야 되는 것인가요?
저희 검찰수사관이 일부 의원들이 말하는 악당과 수호자의 싸움에서, 정말로, 당연히 희생되어야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저희도 제거해야 될 악당에 해당하는 것인가요?
소위 ‘검수완박’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좋은 취지인데, 지금의 법안에서 여전히 검사와 경찰은 존재함에도, 왜 저희 검찰수사관의 존재와 실체만 따로 분리되어 걸러져 사라져야 하는 것인가요? 혹시 검찰수사권과 더불어 ‘검찰수사관 완전 박탈’인가요? 도대체 저희 검찰수사관이 무엇을 잘못했는가요? 왜 이리 가혹한 것인가요?
다시 한 번 간절히 답변을 구합니다. 저를 포함한 약 8,000명의 검찰청 직원은 국회의원이 지켜야 하는 국민이 아닌가요?
위처럼, 지금도 저희 검찰수사관의 법적 지위와 직업이 소위 ‘검찰개혁’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사라져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고 저희 검찰가족구성원까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한 번도 저희 검찰수사관의 존재를 고민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너무나 억울합니다. 제발 저희 검찰수사관과 검찰가족의 존재와 실체를 한 번 살펴주신 다음에 검찰개혁을 다시 한 번 검토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더민당의 모 의원처럼 아무 대안 없이 “수사하고 싶으면 경찰로 가”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회의원님!
저희 검찰수사관을 포함한 검찰가족은 당연히 국민입니다.
제 나름의 개인적 의견이지만, 지금의 검찰개혁은 검찰수사관, 실무관 등 검찰청 직원의 법적 지위부터 수사업무 및 그 직업의 소멸 그리고 검찰구성원의 가족안정문제까지 전부 얽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 범죄피해자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관이라는 직업의 관점으로 좀 더 들여다보면 검찰수사관을 포함한 검찰청 직원의 삶과 생존 그리고 미래직업의 존립문제까지 다루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아무런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야 될 정도로 급박하고 위급한 것인가요?
대통령님!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70년 이상 존재하고 앞으로도 당연히 필요한 검찰수사관의 존재와 실체가 일방적인 법개정으로 왜 사라져야 되고 왜 소중한 직업을 잃어야 하는가요? 얼마든지 검찰수사관의 지위와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고 검사에 대한 내외부통제방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검수완박’ 할 수 있지 않는가요? 도대체 권력수사의 공정성문제를 따지면서 그 간 거의 대부분 일반서민의 형사사건을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각종 수사민원을 취급하는 검찰수사관의 직업소멸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를 비롯하여 제 직장동료들은 오늘도 자신의 존재를 불안해하고 내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제 딴에 정말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고 공무원으로서 청렴을 준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직업의 생존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소위 ‘검수완박’의 옳고그름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어린 자녀의 부모인 저희 검찰수사관과 검찰가족의 존재를 고려하여 다시 한 번 ‘대관세찰’의 자세로 지금의 ‘검찰개혁’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 국회의원님이 항상 말하는 ‘그 국민’ 속에 바로 검찰수사관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십시오. 저희도 엄연히 정부와 국회가 지켜야 되는 국민입니다. 미천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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