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장도 단호” 국민의힘 “숙고 답변”
양당, 아전인수식 해석… 朴의장 ‘압박’
“말을 아낄 때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재협상을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제안한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의 의견 피력은 안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각계 인사와 전문가 자문·여야 원내대표 비공식 회담 등을 통해 마련해 합의한 ‘검수완박법 중재안’이 사흘 만에 백지화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불쾌감과 여야의 재논의 뒤 공식 입장을 정하겠다는 신중함이 동시에 묻어난 것으로 풀이됐다.
여야가 다시 검수완박법을 두고 극한 대치상황에 돌입하면서 ‘키맨’ 박 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이 지난 22일 중재안 수용을 여야에 촉구하면서 한 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박 의장은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의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양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제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의장은 더 이상의 카드가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취했다.
이 말대로라면 박 의장은 중재안과 그에 담긴 합의 정신을 파기하지 않은 민주당 행보에 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합의대로 25일 검수완박법 조문을 다듬고,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심사 과정 등을 거쳐 28일이나 29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는 스케줄을 제시했다.
변수는 ‘의회주의자’ 박 의장이 다시 여야 중재를 시도하느냐다. 국회 소수당이라 딱히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방안이 없는 국민의힘이 내심 이를 바라는 눈치지만, 다음 달 3일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 때 검수완박법 공포를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촉박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고려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여야는 종일 박 의장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박 의장을 만나 검수완박법 재논의 필요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에게 “의장께서 국민의힘의 입장에 대해 ‘숙고하겠다’며 ‘여야 원내대표끼리 논의해 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오후에 박 의장을 면담한 뒤 “의장께서 일부 여야 원내대표 간 필요하다면 더 상의를 좀 해 보시라고 요청했으나, 저는 ‘사실 더 상의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것 아닌가. 의장께서 어렵게 중재한 거라 거기에 맞춰 향후 절차를 이행해 주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아예 공포 이후 3개월 유예 뒤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즉시 박탈하는 민주당 발의 검수완박법 원안을 처리해 달라고 박 의장에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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