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범죄 3년 새 149% ↑… 11년간 구속 5명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해야”
길고양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학대해 죽게 한 2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길고양이 7마리를 학대해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2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올해 화성시 주거지와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 창고 등에서 길고양이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고양이들을 학대해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잇따라 가학적인 동물학대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는 재판부와 사회적 풍토에 솜방망이 처벌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해 1000건 발생하는 동물 학대 사건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묘시장에서도 한 상인이 길고양이를 쇠꼬챙이로 찌르며 확대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 관악구 난곡동 한 복지관 인근에서는 임신한 고양이의 복부가 훼손된 채 발견됐고 관악구 신사동에서도 오른쪽 뒷다리가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던 처벌 기준을 지난 2018년 3월 이후 강화한 것이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검찰 기소 512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하다.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학대해 죽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사례 등이다.
이같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동물대상범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98건에 머물던 사건은 2018년 531건, 2019년 914건, 2020년 992건이 발생했다. 3년 새 149%가 늘어난 셈이다.
반려동물은 학대를 받고 있어도 가해자의 소유물로 간주하다 보니 가해자에 의해 관리된다. 그 속에서 증거는 사라지기 일쑤고, 결국 추가적인 학대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은 물건”인식, 재판부는 솜방망이 처벌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증가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지목된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고, 지난 11년간 구속된 피의자는 단 5명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기르던 개를 몽둥이로 30분간 때린 사건의 경우 무죄를, 자신의 개를 공격한 이웃집 개 1마리를 기계톱으로 도살한 사건의 경우 벌금 70만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범죄의 솜방망이 처벌과 관련해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보는 재판부와 사회적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동물권 행동 카라의 최민경 활동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혐의가 분명하고 학대행위가 가학적인 경우, 피의자가 자신의 죄를 실토한 경우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법률상 동물을 물건의 지위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의 주인이 있는 경우에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되고 보호자의 고통 등이 입증될 수 있지만 유기동물이나 길고양이, 야생동물 등은 이마저도 인정받지 못해 재판부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활동가는 “사람과 동물이 생명권의 무게에서 다를 수 없다”며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합리적인 재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동물의 생명을 우리 인간과 동등하게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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