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예산 25%↓…전체 사업 중 삭감폭 최대
“넥쏘 후속모델 개발 지연 등 사정 변경에 따른 조정
정치적 해석 적절치 않아…수소차 보급 정책 방향 유지”
윤석열정부가 출범 직후 추가경정(추경)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9000억원 상당의 수소차 예산 중 약 25%를 삭감하는 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정부는 2020년 ‘한국판 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수소차 누적 20만대 보급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15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2022년도 환경부 소관 제2회 추경예산(안)’에 따르면 환경부 세출 추경예산은 본예산(11조5700억원) 대비 4114억원 줄어든 11조1586억원으로 책정됐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사업별 집행상황, 지자체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소상공인 지원, 방역소요 보강, 민생안정 지원 등을 위한 재원 마련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감액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체 사업 중 삭감액이 가장 큰 부문은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설치사업’이었다. 기존 8927억6900만원이던 데서 25.2%(2250억원) 줄어든 6677억6900만원으로 편성됐다. 이같은 삭감액은 환경부 전체 삭감분 중 54.7%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부내역을 보면 ‘수소충전소 설치’ 부문은 기존 예산 1969억90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된 반면 ‘수소차 보급’이 기존 6795억500만원에서 4545억500만원으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는 기존 수소 승용차 보급 목표 2만7650대에서 1만대를 줄여 1만7650대로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와 관련해 “공급망 이슈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지방비 확보 물량 등을 고려해 집행 가능 수준으로 수소 승용차 보조금 지급 물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래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넥쏘’ 후속 모델을 내놓고 핵심부품인 수소연료전지 스택도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수소차를 대량으로 보급하기로 한 건데, 그런 현대차 일정이 지연되면서 보급 목표를 조정한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비에 매칭되는 지방비 편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소차 보급 여건이 변경된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애초 지난해 말 확정된 예산이 반년도 채 안 돼 대규모로 조정됐다는 점 때문에 ‘환경부가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수소차 보급 확대를 포함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한 이후 수소차 넥쏘의 생산공정을 직접 시찰하는 등 수소차 공급 확대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을 들였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수소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19년 5083대에서 2020년 1만906대, 지난해 1만5404대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수소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달 초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수소차를 포함한 무공해차 보급 확대 내용이 담겨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수소 승용차 보급 목표 조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수소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승용차 보급을 조정하는 대신에 상용차 부문에서 야심차게 보급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상 수송 부문 감축에 기여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설치사업에 이어 삭감 규모가 큰 부문은 ‘어린이 통학차량 LPG차 전환지원’(삭감액 900억원), ‘청정대기 전환시설지원사업(융자)’(〃 800억원), ‘자동차 배출가스 관리사업’(〃 448억8700만원) 등 순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는 오는 16일 환경부를 포함한 추경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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