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 부정적 견해 내놔
터키 어깃장 땐 가입 무산 불가피
나토 사무차장은 “의견 일치 확신”
“러 침공에 바뀌는 국경선 인정 못해”
G7 외무장관들 獨회담 마친 뒤 성명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공식 선언한 핀란드와 러시아가 충돌하는 와중에 터키가 몽니를 부리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고 dpa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마주한 새 국면을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테러단체의 게스트하우스와 같다”고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가 터키의 분리독립 세력인 쿠르드족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핀란드는 이미 나토 가입을 공식 선언했으며, 스웨덴은 15일 최종 방침을 발표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 의회에는 심지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같은 테러단체들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PKK는 터키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다. 터키 정부는 이들을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본다.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족 의원 6명이 활동하고 있다.
나토 규정상 신규 회원국 가입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있어야 한다. 1952년부터 나토 회원인 터키가 어깃장을 놓으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파문이 확산하자 협상 여지가 있다며 수습을 시도했다. 그는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라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은 15일 “(핀란드·스웨덴 가입에) 의견 일치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 선언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통화에서 “나토 가입은 실수”라며 “핀란드의 외교정책 변화는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크레믈궁 발표)고 엄포를 놨다.
푸틴 대통령의 압박에도 핀란드는 나토 가입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5일 산나 마린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정부 외교정책위원회는 나토 가입을 신청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미 200명 의원 대다수가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RAO노르딕이 14일부터 핀란드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면서 러시아의 보복조치가 현실화했다. 핀란드 전력 사용량 중 러시아산은 10%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또 나토 동진시 핵전력 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나토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핵 병력과 시설을 배치하면 적절한 예방적 조처를 할 것”이라며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함에 따라 사실상 핵 비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한편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14일 독일 함부르크 바이센하우스에서 사흘간 회담을 마친 뒤 낸 성명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침략으로 변화를 시도한 국경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G7은 크림(크름)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 지원하는 데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