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루나 대폭락 사태가 ‘MZ세대’를 직격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2030세대가 진입장벽이 높은 부동산보다는 가상화폐에 많이 뛰어들었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10명 중 4명꼴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MZ세대들은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권이었던 테라UST·루나에도 몰렸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루나 사태 MZ 세대 직격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루나 코인에 대해선 28만명이 700억개를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사태로 수백만∼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MZ세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단체 행동을 위한 움직임까지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폰지 사기’라고 주장하고, 가상화폐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티몬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동참인 모집에 나섰다.
해외 투자자들도 시세 폭락 사태에 분노하고 있다. 미국 코인 전문 매체 EWN 등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회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경찰에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사태로 국내외 투자자 재산 48조원 이상이 불과 1주일 만에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미국과 한국의 금융당국은 테라UST·루나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 내부, 선제 대응 의견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최근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인플레이션) 상황을 산불에 비유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한은 내부에서 나왔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이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내부 소식지 최근호 권두에 ‘통제 가능한 적정한 인플레이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기 전에 사전에 통제하고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기고문이 실렸다.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통해 화폐 구매력이 감소하게 되면 저축 성향 대비 소비 성향이 커지게 되고, 소비 촉진 및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고,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을 낮춰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기고문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인플레이션 산불이 대형 산불로 번지는 임계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금리 인상에 공감을 이루며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인도네시아 팜유 및 인도 밀 수출 금지 등의 상황이 추가된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빅스텝 필요성이 낮다”던 이 총재의 입장은 “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로 바뀌었다.
◆추경호 “53조 세수오차 납득 어려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53조원이 넘는 대규모 초과세수가 예상되는 데 대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재창궐이나 경제 쇼크가 없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부총리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수 오차가 이처럼 크게 난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묻자 “그 정도 오차가 있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대규모 초과세수에 대한 유감 표명 성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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