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권대희 사건’ 병원장 2심도 징역 3년…법정구속은 면해

재판부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 지적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 앞에서 열린 ‘수술실 사망 고 권대희 사건, 살인죄 공소장 변경 인용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형수술 중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 사건으로 기소된 성형외과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원장 장모(53)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장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었다. 다만 재판부는 2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장씨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형을 집행하지 않고 미루기로 해 법정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권씨를 마취했던 의사 이모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 지혈을 담당했던 신모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술방을 여러 개 만들어 순차적으로 수술을 한 병원 시스템을 언급하고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과다출혈이 발생한 것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수술이나 전원 등 조처를 할 기회를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징역 7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권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선고 직후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의사 면허가 이렇게 ‘강철 면허’이고 ‘제왕적 면허’인지 또다시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신씨 등 판결에 대해서는 “의사로서 본분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집행유예가 나온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권씨는 2016년 사각턱 절개수술을 위해 해당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수술 도중 대량출혈로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권씨는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숨을 거뒀다.

김동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