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 마비로 장애를 앓아온 50대 부친을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권투선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최수환·정현미·김진하)는 26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은) 타인 폭행 등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피해자가 접촉한 사람은 피고인 뿐이었다”면서 “피고인에게 피해자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1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월4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B(55)씨의 얼굴과 온몸을 수십 차례 주먹과 발로 때리고 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알코올 의존증후군 및 뇌병변 등으로 인해 편마비를 앓고 있던 B씨는 아들의 폭행으로 허파, 신장 등 장기 파열과 온몸 다발성 골절 등 상해를 입고 다음날 오전 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아버지가 숨졌다”며 112에 스스로 신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넘어진 것 같다”는 등 범행을 감추려 했지만, 경찰은 B씨의 시신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B씨의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진 데다 여러 장기도 파열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권투선수였던 A씨는 2020년 9월 B씨와 이혼한 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B씨를 홀로 돌보게 됐다.
그는 평소 외출할 때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고, 컵라면 등 최소한의 간편 음식만 제공했다. 또한 그는 B씨가 숨질 때까지 4개월간 단 한 번도 씻기지 않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다.
경찰이 집 주변 폐쇄회로(CC) TV를 확인한 결과 B씨는 살해 당하기 직전 15일 이상 집 밖에 나온 적이 없었다. 사건 발생 5개월 전 B씨는 작은방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가 2층에서 1층으로 추락해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사건 당일 A씨는 술에 취해 귀가한 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심 재판 당시 “아버지를 폭행하고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이에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으며, 징역 7~16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양형 의견을 밝혔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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