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급증… 미신고 포함땐 더 많을 듯
바이든, 5월 ‘문화유산의 달’ 선포 대응 나서
아시아계 성인 60% “일상 폭력·불안 증가”
BTS 방문 계기 인종차별 문제 다시 주목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 비하를 당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지난해 3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트위터 계정에 털어놓은 인종차별 경험이다. 꾸준히 인종차별 비판 행보를 보여 온 BTS가 3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반(反)아시아계 혐오범죄 및 차별 문제 대응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 내 반아시아계 혐오범죄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BTS가 당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지난해 3월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희생자 8명이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참사가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반아시아계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애틀랜타를 방문해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5월을 ‘아시아계 미국인·하와이 원주민·태평양제도 주민(AANHPI) 문화유산의 달’로 선포한 것도 늘어나는 반아시아계 혐오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최초의 일본인 이민자들이 1843년 5월 미국 땅에 첫발을 디뎠다는 점, 중국인 노동자 수만명이 동원돼 만들어진 대륙횡단 철도가 1869년 5월 완공된 점 등을 이유로 5월이 선정됐다. 이번 BTS 방문도 AANHPI 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해 추진됐다.
미국에서 반아시아계 혐오범죄는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뒤 급증했다. 연방수사국(FBI)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고된 반아시아계 혐오범죄는 2019년 161건이었으나 2020년 279건으로 7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시아계를 포함해 반흑인·유대인·백인·히스패닉 등을 대상으로 한 전체 혐오범죄가 1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유독 높은 증가율이다.
아시아계가 혐오범죄 신고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비영리단체 ‘스톱AAPI헤이트(Stop AAPI Hat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혐오범죄 신고에 거리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아시아계 30%, 태평양제도 주민 36%에 불과했다. 백인(54%), 흑인(45%), 라틴계(42%) 비율보다 훨씬 낮다.
D J 이다 스톱AAPI헤이트 이사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자신이나 다른 가족 구성원이 지역사회에서 원치 않는 관심을 받을까 두려워 혐오범죄를 무시하라는 압박을 받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도 아시아계가 느끼는 일상적인 불안과 위협을 뒷받침한다. 조사에서 아시아계 성인 10명 중 6명(63%)은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 변화가 없다’(19%), ‘감소하고 있다’(8%)는 극히 일부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7%, 14%는 각각 ‘매일’, ‘거의 매일’ 범죄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21%)이 매일 혐오범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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