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의원 당선으로 '불체포특권' 얻어
소환조사 아닌 서면조사로 이뤄질 듯
지난 1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모두 6건의 경찰 수사에서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6·1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경찰은 이 당선인 등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확대에 따라 시험대에 오른 경찰은 이 당선인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 당선인을 향한 경찰의 각종 의혹 수사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김광식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차질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피의자 이재명’ 6건…GH 숙소 의혹 최근 강제수사
일각에선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경찰이 이 당선인 등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당선인이 불체포특권을 얻은 만큼 강제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직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역시 경찰 입장에선 부담인 만큼 조사 방식은 서면조사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인 이 당선인 관련 사건은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비선캠프 전용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의 5건이다.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선 이 당선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
여기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최철호 KBS PD가 이 당선인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까지 합하면 ‘피의자 이재명’이 적시된 사건은 모두 6건이 된다.
이 당선인은 2002년 경기 분당신도시의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한 최 PD의 검사 사칭을 도운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 당선인 측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보물에 ‘방송 PD가 후보자를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 사항을 물어 알려줬는데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기재했다.
이를 두고 최 PD는 지난 3월 이 당선인이 검사 사칭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라며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넘겼고,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4월 최 PD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남부청은 이 당선인과 가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첫 강제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수사부장은 이 당선인의 자택 옆집에 있던 GH 합숙소가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4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출입자 신원을 확인 중이다. 아울러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월 장남의 계좌를 압수수색했다고 덧붙였다.
◆ ‘김혜경 법카 의혹’ 제보자 등 소환 미뤄…대통령 처가 공흥지구 의혹 “추가 압수수색 예정 없어”
이 밖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최근 압수수색한 자료를 기존에 확보했던 자료들과 맞춰보고 있다”며 “충분한 수사를 통해 검찰에서 결론이 바뀌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5월 성남시청과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중 하나인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경기남부청은 성남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요청한 사건도 넘겨받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성남시장 시절 인허가권을 갖고 있었다”며 이 당선인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당선인에 대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무료 변론 의혹도 경기남부청이 수사 중이다. 송 위원장이 이 당선인이 경기지사로 재직할 때 대법원 상고이유서를 무료로 검토해줬고, 이에 이 당선인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사건과 관련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기간 도마 위에 올랐던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선 “사건 제보자인 공익신고자의 첫 소환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언론에 처음 제보한 전직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는 경찰 소환 일정을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비롯해 김씨와 전직 경기도청 5급 사무관 배모씨 등 이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 지난 4월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중순 관련 업소 129곳에 대해 일주일간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 수사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3년 동안 수사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다시 뒤지고 있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이 당선인도 보궐선거 과정에서 성남FC 의혹 수사와 관련, “사골을 우려먹고 있다”며 이를 ‘정치적 쇼’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수사부장은 “(불체포 특권은) 정치적인 얘기”라며 “이런 것을 고려하면 수사를 못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망신주기’나 ‘시간 끌기’라는 상반된 입장이 공존하는데 예민한 사안이라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누가 (새로운 청장으로) 와도 수사는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수사와 관련해선 아직 추가 압수수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