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내고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인근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며 정치권의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가 계속되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글세, 뭐, 대통령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라며 이같이 답했다. 현직 대통령이 근무하는 청사 주변에도 시위가 허용되고 있는 만큼, 양산 사저 주변 시위에 대해 대통령이나 정부가 나서 강제로 막을만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 의원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등이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해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라”며 해당 시위를 막아줄 것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선을 그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집회결사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기본권”이라며 “그 집회결사의 자유를 임의대로 억누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에게 고소당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에 대해선 “집회 과정에 만약 불법 행위가 있거나 허가 범위를 넘어서는 범법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시위에 우려를 표했다는 전날 한 언론 보도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티타임) 자리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정리하거나 대통령의 의중을 묻거나 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며 “별도 회의가 있다거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거나 입장을 따로 들었던 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런 윤 대통령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인식은 대단히 문제적”이라며 “오늘의 발언은 무도한 시위를 부추기고, 욕설 시위를 제지해야 할 경찰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고자하는 퇴임 대통령과 이웃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폭력적이고 비인도적인 괴롭히기가 가해지고 있다”며 “이것이 어떻게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정책적 의사표현과 같은 무게인지 의아하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보수단체의 시위를 가장한 폭력과 테러를 엄정하게 대응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양산 사저 앞 보수단체의 욕설 시위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 과격 시위에 대해 밝힌 입장은 참으로 졸렬하기 짝이 없다”며 “차라리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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