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트레일러 방해 2명 체포
시멘트 출하 멈춰 레미콘사 불똥
현대차 생산라인 등도 차질 빚어
편의점업계선 소주 발주도 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이른 아침부터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과 물동량 감소가 가시화하며 파업 여진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에 따라 이날 하루 전국에서 체포된 화물연대 조합원은 20명이 넘고, 시멘트나 타이어 등 일부 품목의 수송은 멈춰선 상태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전날 0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공장 앞에서 공장을 오가는 화물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A씨 등 15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측이 고용한 기사가 몰던 3.5t 출하차량의 운행을 방해했고, 이 중 A씨가 화물차량 밑으로 들어가 운행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파업에 돌입했다. 두 공장은 이 회사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부산항에선 오전 8시37분쯤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신항 삼거리 선전전 현장을 지나던 트레일러 2대의 진행을 막아서며 물병과 계란을 던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에서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사무실과 인접한 하남산업단지 화물차고지에서 조합원과 경찰 간 산발적인 승강이가 이어지던 중 오전 8시45분쯤 조합원 1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경남 거제에서도 차량 운행을 방해한 50대 화물연대 노조원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남에선 화물연대 노조원 1500여명이 무기한 파업에 동참 중이다.
이날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 300여명의 봉쇄 투쟁이 이어졌고, 인천항 일대에선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선전전이 계속됐다. 인천 지역에선 화물 운송 노동자의 90% 이상이 총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경찰의 강경 대응에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총 차원의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 현장에서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항 북항과 신항의 반출입량은 각각 평소 대비 30∼40%와 15% 수준인 반면, 장치율(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4.5%까지 치솟았다. 전날 74%에서 더 상승한 수치다. 부두 내 컨테이너 장치율이 높으면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터미널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
평택항의 지난 7일 반출입량은 68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집계돼 평소보다 98% 줄었다.
시멘트 출하도 이틀째 전면 중단됐다. 충북 단양군에선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화물차 운송이 멈춰 섰다. 시멘트협회는 전날 시멘트 출하량이 1만5500t으로 평소 대비 10% 이하로 감소했다며 하루 손실액을 153억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불똥은 레미콘사에도 튀었다. 건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이날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배조웅 전국레미콘연합회장은 “내일부터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곳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동차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 일부를 조합원들이 회차시키면서 현대차 생산라인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업체는 19개사로, 이들 운송업체 소속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공장 밖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소주 물량 부족으로 발주 제한에 나섰다. CU는 이날부터 하이트진로 소주 참이슬과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이즈백에 대한 발주를 점포당 하루 1박스로 제한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앞서 지난 4일부터 이들 제품의 발주를 1박스로 제한했고, 이마트24도 각각 3박스만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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