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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유학생 사망’ 음주운전 가해자 징역 8년 확정…유족 “韓 정부는 처벌 강화하길”

입력 : 2022-06-09 17:03:28 수정 : 2022-06-09 1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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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유학생 사망’ 음주운전자에 징역 8년 확정…1심에서 재상고까지 5번 판결 거쳐
고인의 부모 “딸 잃은 비극과 슬픔 보상받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판결”
고인의 친구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통과 살아갈 것”…지속 보도 언론에는 “감사하다”
2020년 11월 음주운전 차에 치여 사망한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曾以琳·당시 28세)의 부모가 9일 대법원에서 음주운전자의 징역 8년이 확정되자, 한국에 있는 고인의 친구들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음주운전 처벌도 강화하기를 바란다”는 입장문을 전해왔다. 쩡이린씨의 친구 박선규씨 제공.

 

2020년 11월 귀가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사망한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曾以琳·당시 28세)의 유족이 9일 운전자의 재상고를 거쳐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된 데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음주운전 처벌도 강화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1년 반여 세월이 흐르는 동안 1·2심과 상고심 그리고 파기환송심에 재상고를 거치는 총 다섯 번의 판결 끝에 50대 음주운전자에게 징역 8년이 확정되자, 음주운전 피해자 가족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재차 알리고 우리 정부가 음주운전 처벌을 더욱 강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강조하는 취지다.

 

쩡씨의 부모는 이날 한국에 있는 고인의 친구들을 통해 전달한 입장문에서 “지난 19개월간 저희를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다만, “징역 8년은 딸을 잃은 비극과 끝없는 슬픔을 보상받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유족은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귀가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씨의 부모. 대만 FTV 영상 캡처.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같은 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의 재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8년형을 확정했다.

 

김씨는 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로 만취 상태였던 김씨는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1심과 2심은 김씨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 구형량(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이라는 이례적인 선고를 내렸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각막 이식 수술로 오른쪽 눈엔 렌즈를 착용하지 못했고,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가 당황해 피해자를 보지 못한 것을 참작해달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심 판결 이후 도로교통법 중 2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148조의2·이른바 ‘윤창호법’)이 과잉 처벌이라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김씨의 판결을 파기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된 점을 파기환송 이유로 들면서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위헌 결정이 나온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관련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형량이 파기환송 전보다 다소 감경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같은 형량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은 주의력과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만연히 운전했다는 점에서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크고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났고, 유족은 슬픔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며 유족에게 사죄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유족에게서 용서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태도만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적극 참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다시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으나 대법원은 징역 8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만이 상고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 환송 후 원심 법원은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상 파기된 환송 전 원심 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지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씨의 친구들이 지난해 1월25일, 음주운전자의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쩡씨의 친구들도 대법원 판결에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판결에 감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8년형은 절대로 낮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너무나도 가벼운 형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의 친구는 28세였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꿈꾸고 있었다”며 “피고인의 생각 없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저희 친구는 이 세상을 떠났다”고 음주운전이 가져온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발생을 부각했다.

 

더불어 “(쩡이린의) 부모님과 그의 친구들은 지난 2년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슬픔도 많았다”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지고 살아갈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은 살인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윤창호법 위헌 결정을 통해 정부와 법원이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음주운전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한민국 법원이 과연 음주운전 가해자를 계속 감쌀지, 피해자를 보호할지 지켜보고 있겠다”고 했다. 쩡씨의 피해와 유족의 슬픔을 지속해서 공론화한 언론을 향해서는 “감사하다”는 뜻도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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