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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섬 강진 가우도로 떠나는 힐링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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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2 08:00:00 수정 : 2022-06-11 12: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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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인도/산·바다 그림처럼 어우러진 풍광/한적한 숲길 트레킹하며 섬 한바퀴/출렁다리 파도 넘실대는 풍경·국내 최장 해상 짚트랙 아찔

 

강진 가우도와 청자다리

바닷물 빠져나간 자리에 드넓게 펼쳐진 개펄. 저 멀리 밀려난 물 위에 햇살 쏟아져 보석처럼 반짝이는 찬란한 윤슬. 사랑하는 이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여인의 따뜻한 손길처럼 수풀을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비강으로 솔솔 퍼져 나가는 향긋한 커피 한잔까지. 커다란 창밖으로 펼쳐진 그림 같은 가우도와 청자다리를 즐기며 푹신한 소파에 털썩 몸을 기댄다. 더하거나 뺄 것 하나 없는 완벽한 균형의 ‘쉼’을 즐기며.

 

가우도 청자다리
강진 청자다리

◆호젓한 섬 가우도로 떠나는 힐링여행

 

서쪽으로 해남, 동쪽으로 장흥을 끼고 있는 전남 강진군의 섬 8개 중 사람이 거주하는 섬이 딱 하나 있다. ‘가우도’(駕牛島). 소의 멍에란 뜻인데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 가우도는 소의 멍에쯤에 해당하는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바다가 땅을 둘로 나누며 길쭉하게 북으로 치고 올라간 강진군 지도는 바지를 닮았는데 가우도는 무릎쯤 된다.

 

가우도 함께해길 산책로

조용하게 사색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는 가우도가 딱이다. 후박나무, 편백나무, 곰솔 군락지가 쏟아 내는 피톤치드 가득한 한적한 숲길을 트레킹하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 좋아서다. 가우도 사방으로 펼쳐진 강진만 풍경과 무인도가 아스라이 점처럼 흩어진 빼어난 해안 경관을 즐기며 멍하니 걷다 보면 복잡하고 산적했던 난제들이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우도는 섬이지만 배를 탈 필요는 없다. 몇 해 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출렁다리를 지을 때 가우도에도 사람만 다니는 인도교가 섬 양쪽에 놓이면서 이제는 섬이 아닌 섬이 돼 버렸다. 동쪽 대구면과 연결된 청자다리는 438m로 걸어서 10분, 서쪽 도암면으로 이어진 다산다리는 716m로 15분 걸린다.

 

카페 가출
카페 가출

여행은 대구면 저두리 ‘가출’에서 시작된다. 다산다리 앞에 놓인 이름이 아주 긴 ‘가우도 출렁다리에서 시간을 노래하다’ 카페 이름의 줄임말. 돛단배가 입구를 예쁘게 꾸민 카페 2층으로 올라서자 커다란 통창으로 물이 빠진 개펄 풍경이 광활하게 펼쳐져 10년 묵은 체증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주탑이 학처럼 날아올라 바다를 가로지른 멋진 청자다리의 풍경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카페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여유롭게 커피 한잔 기울이고 길을 나선다.

 

가우도 청자다리 입구 포토존
씨 러브 씨

가우도 풍경이 액자에 담기는 다리 입구 ‘가고 싶은 섬 가우도’ 포토존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트레킹에 오르자 커다란 물고기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 이름은 ‘씨 러브 씨’(SEE LOVE SEA)로 생수통, 막걸리통, 세제통, 캔 등 강진만 주변의 바다쓰레기와 생활쓰레기들을 모아 만들었단다. 저런 쓰레기들이 아름다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니 참담하다. 바다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

 

가우도 모노레일

다리를 건너면 길은 양쪽으로 나뉘는데 섬 한 바퀴를 도는 ‘함께해(海)길’은 2.5㎞로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무 데크로 이어지는 왼쪽 길은 다산다리까지 0.8㎞, 흙길과 콘크리트길이 반복되는 오른쪽 길은 다산다리까지 1.7㎞ 거리. 어느 쪽으로 걸어도 멋진 강진만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지난해 11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모노레일을 타고 5분 만에 곧바로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청자타워에 오를 수 있다. 30명이 한꺼번에 탑승할 수 있는 모노레일 2대가 운행하며 성인 기준 요금은 왕복 2000원이라 부담 없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 풍경을 즐기기 적당하다. 모노레일이 고도를 점차 높이자 드론을 타고 하늘을 날 듯, 청자대교의 항공뷰가 더욱 아름답게 펼쳐진다.

 

가우도 청자타워
짚트랙

◆짚트랙 탈까 출렁다리 건너 볼까

 

청자타워에서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다시 바다를 훨훨 날아 청자다리가 시작되는 저두리쪽으로 나갈 수 있다. 바로 짚트랙 덕분이다. 섬 한 바퀴를 일주해 살짝 다리가 피곤하다면 아찔하게 섬을 빠져나가는 짚트랙을 강추. 길이가 국내 해상 짚트랙으로는 가장 긴 1㎞에 달하고 청자타워 높이만 25m여서 물에 빠질 듯 속도감 있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짚트랙을 타지 않더라도 청자타워 6층 전망대는 꼭 올라야 한다. 두륜산, 주작산, 덕룡산​, 석문산 등 병풍처럼 겹겹이 펼쳐진 가우도 주변 산들이 강진만과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풍경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가우도 출렁다리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자다리는 저두 출렁다리, 다산다리는 망호 출렁다리로 불렸는데 ‘출렁다리’가 삭제되고 이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실제로는 출렁거리지 않기 때문. 출렁다리가 출렁거리지 않으니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그러자 강진군은 지난해 6월 두 다리 중간쯤인 가우도 북쪽 해변에 진짜 출렁다리를 새로 놓았다.

 

청자타워에서 청자쉼터 쪽으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 있다. 튼튼해 보이는 다른 두 다리와 달리 가우도 출렁다리는 좀 아찔해 보인다. 무주탑 현수교인 데다 아치형으로 바다에 닿을 듯 축 늘어진 모습이 출렁다리답다. 그런데 역시 많이 출렁거리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아이를 유아차에 태운 젊은 여성이 여유롭게 다리를 건널 정도. 그래도 바닥이 격자무늬로 구멍이 숭숭 뚫려 해안 고운 모래사장으로 바닷물이 넘실대는 풍경을 스릴 있게 즐기기 충분하다.

 

청자전망대
영랑나루쉼터

지금 청자쉼터는 황금사철나무로 노랗게 채색됐는데 6월 말쯤이면 파랗고 붉은 수국이 예쁘게 더해질 예정이다. 계속 서쪽으로 바닷길을 따라 걸으면 다산쉼터를 만난다. 다산다리를 지나 청자다리로 돌아오는 길에 등장하는 영랑나루쉼터에는 깊은 생각에 잠긴 시인 영랑 김윤식이 벤치에 앉아 여행자를 기다린다.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아 강진만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얻는다. 10여가구 30여명 정도가 거주하는 마을을 관통하는 길도 있다.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인 풍경이 따뜻하고 여유 있는 시골 풍경을 선사한다. 


강진=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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