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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한류 시작은 냉철한 시장 분석… 中 젊은층 감수성 파악해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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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5 06:00:00 수정 : 2022-06-15 1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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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콘텐츠진흥원 베이징센터장

5년 만에 ‘한한령’ 완화됐지만 규제 여전
과거 같은 ‘치맥’ 열풍 기대하기 어려워
심의기준 숙지하고 주링허우 등 공략을

韓드라마 인기로 인터넷 플랫폼도 규제
선정·폭력성 강한 작품들 中진출 어려워
상대적 진입장벽 낮은 ‘웹툰’ 노려볼만

韓·中 문화 동질감 시장공략 긍정 요소
과거 열풍 힘들지만 새 경쟁시대 기대
하반기 온·오프라인 수출 상담회 열 것

“중국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치맥 열풍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중국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은 14일 한한령(限韓令·한국 콘텐츠 제한령)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선 “현지 문화적 감수성과 취향을 잘 헤아리고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센터장은 콘진원에서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 정책 연구부터 산업화, 정책 개발 등을 두루 담당한 뒤 지난 1월 한류(韓流)의 진원 중국에 부임했다.

윤 센터장은 “1997년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중앙(CC)TV에서 방영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을 때를 한류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며 “한류는 올해로 한 세대 격인 30년 가까운 25년을 맞는다.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진 것은 그만큼 한국 문화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했다.

올 들어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다시 잇달아 방영되는 등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 신호와 조짐이 보이지만 규제도 여전하고 문화적 눈높이가 높아져 예전 생각만 하면 실패한다”면서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콘텐츠 기업에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등 젊은 층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한령 5년간 중국 분위기는.

“한한령으로 K-드라마, 영화, 게임, 팝 등 한류 콘텐츠는 중국에서 유통이 차단됐다. 그래도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스타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과 애정은 여전히 강하다. 지난 4월 중국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사내맞선’이 올라왔다.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가 종영 직후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제 대놓고 열광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과거 ‘별에서 온 그대’의 치맥 열풍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한국 콘텐츠가 무조건 뜨던 과거와는 다르고, 인기가 있어도 예전 같은 신드롬은 상상하기 힘들다.”

―중국의 한국 콘텐츠 상황은.

“긍정적 신호와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말 영화 ‘오! 문희’가 개봉되고, 올해 초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방영됐다. 이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비롯해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의 인기 드라마가 심의를 통과했다. 올 들어 13편이 방영됐고 10여편이 심사대기 중이다. 지난달 한국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

―중국에서 더 많은 드라마가 방영될 수 있을까.

“최근 방영된 한국 작품 대부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송출됐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새로운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확신이 없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한국 드라마 판권 가격이 과거보다 떨어진 부분도 있다. 다만 플랫폼별로 외국 작품을 30%까지만 방영할 수 있고, 이중 특정 국가가 3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시장 공략법은.

“중국 시장을 노린다면 중국의 심의 기준을 숙지하고 젊은 세대인 주링허우(90後, 1990∼1999년생)와 링링허우(00後, 2000∼2009년생)를 공략해야 한다. 모바일에 익숙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호흡이 짧은 쇼트폼(Short-form) 영상을 즐기는 세대다. 또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될 소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이 14일 “중국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치맥’ 열풍을 기대하기보다 냉철하게 현지 시장 분석을 통한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한한령 이후 중국 시장 공략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콘텐츠 심사가 까다롭다.

“2014년 ‘별에서 온 그대’와 2016년 ‘태양의 후예’ 등이 방송사가 아닌 OTT 플랫폼에서 방영됐다. 당시에는 방송사 드라마 심사는 강했지만 OTT 규제는 덜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후 인터넷 플랫폼 규제도 강화했다. 대중문화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관련 심사를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2018년 4월 국무부 산하에서 중국공산당 직속 중앙선전부 산하로 이관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중국도 문화대국이 되려면 창의성을 북돋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점차 개방할 것이다.”

―중국에서 새롭게 뜨는 콘텐츠가 있다면.

“웹툰산업 규모가 커진다. 드라마나 게임과 달리 웹툰은 심의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유통 플랫폼이 자체 심의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중국 최대 웹툰 플랫폼인 콰이칸(快看)의 인기순위 톱10에 한국 웹툰은 3편 이상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도 자체 플랫폼이 있고, 카카오는 텐센트와 합작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웹툰은 다른 분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젊은 층 이용이 많고, 확장성이 매우 크다. 한국처럼 중국에서도 웹툰을 활용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영화는 거의 개봉을 못한다.

“세계적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할 정도로 한국영화 위상이 하늘을 찌르지만, 극장 유통망에 대한 당국 규제는 여전히 심하다. ‘오! 문희’ 이후 개봉된 한국 영화가 없다. 로맨틱 코미디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선정성과 폭력성, 사회 비판적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 진출에 어려운 점이 많다.”

―게임 규제도 심하다.

“중국은 지난해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강력한 게임 이용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게임서비스유통 허가권인 반하오(版號·판호) 발급이 중단됐다. 한국 게임뿐 아니라 중국 게임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게임 제작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자본력도 중국이 강하다.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끈 한국 게임 ‘검은 사막’이 지난 4월 중국 시장 출시 후 큰 성과가 없다. 한국은 과거 중국 시장을 기대하고 게임을 제작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중국 기술이 한국을 많이 따라잡았고, 일부는 오히려 앞섰다. 중국 이외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가수의 활동은.

“중국의 강력한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인적 교류 자체가 매우 힘들다. 안타깝지만 한한령 이전의 K-팝 열기를 더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아이돌 팬클럽의 응원 문화도 규제 대상이다. 문화 감수성을 고려한 섬세한 현지화 전략으로 다가가야 중국의 K-팝 팬덤 현상을 이어갈 수 있다.”

―중국 드라마의 수준은.

“한국에도 중드(중국 드라마) 마니아층이 있다. 한·중은 문화적 동질감이 있다. 제작 기술, 스토리가 부족해도 중드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정서적으로 와닿기 때문이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도 문화적 동질감과 관련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한국 드라마 제작진에게서 배운 중국 제작 관계자들이 많아져 기술, 스토리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콘텐츠 분야 교류는.

“코로나19와 정치 변수가 약해져도 과거의 한류 열풍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서로의 접점을 늘릴 것이다.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의 문화 콘텐츠 교류는 이제 새로운 차원의 경쟁과 협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는 8월 베이징 국제도서전에 한국 부스를 만들어 참가한다. 하반기에 콘텐츠 수출 상담회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코로나19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행사 진행에 여전히 변수가 많다.”

 

윤호진 센터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철학과 ●성균관대 언론학 박사 ●1994년 한국방송개발원 ●1998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산업정책·미래정책개발팀장 ●2022년1월∼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 ●저서 ‘한류 20년, 대한민국 빅 콘텐츠’

베이징=글·사진 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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