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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자료 모두 공개·진실 규명’ 대선 약속 지킨 尹…정부 “자진 월북 아니다” 결론

입력 : 2022-06-17 07:00:00 수정 : 2022-06-18 1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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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래진씨 "가족 말살…9월 미 의회서 文정부 인권유린 고발" / 유족 "文 전 대통령 살인방조 고소"
지난 1월31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1년9개월여 전 수사 결과와 정반대 입장을 16일에 내놨다.

 

뉴스1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 취임 한 달여 만에 이전 정부에서 '자진 월북하다 변을 당했다'는 결론이 뒤집힌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유족들을 만나 약속한 진상 규명을 지키게 됐다.

 

이 같은 발표에 숨진 이씨의 유족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살인방조 혐의 등으로 고소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만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경은 "2021년 9월9일 성명 불상의 북한 군인을 살인죄로 입건했으나 북한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현실적으로 수사가 불가능한 한계에 직면했다"며 "외부위원 중심의 수사심의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해서 북한 군인의 살인죄에 대해서 수사중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방 2㎞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이씨는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북한군이 이씨를 총격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방부는 이씨 사건과 관련한 당시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정보분석 결과 실종자가 Δ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Δ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Δ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Δ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자진 월북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아이가 둘 있는 40대 해수부 공무원이 도대체 어떤 연유로 혼자 월북했다고 단정하는 것인지 국민의 의혹은 커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이씨 아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해당 편지 사진을 올리고 "저 윤석열은 약속드린다”며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진 월북'이란 결론에 유족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경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 측에서 판결에 불복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이날 안보실 등 정부가 항소를 포기하며 비공개 정보 일부가 공개될 수 있었다.

 

안보실 관계자는 "이번 항소 취하 결정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이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되어 이전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관리하던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실규명을 포함하여 유가족 및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 알 권리 차원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을 대신해 이씨의 형이자 소송대리인인 이래진씨와 통화하며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안보실은 향후 유가족이 바라는 고인의 명예 회복과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만약에라도 민간인이 북한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비인권적인 만행이 이뤄졌는데 그게 뚜렷한 근거 없이 '자진 월북' 프레임 때문에 오히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뤄진 것처럼 규정됐다면, 거기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면 그것을 밝혀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된 국가안보실 자료 공개와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 사법부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추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것인데 한 민간인이 비인도적인 만행을 당했다면 국가는 진상 규명의 책임이 있다"며 "당시 유족이 여러 차례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생각"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래진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살인방조 혐의 등으로 고소할 방침이다. 이씨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장관 이하 보고라인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반드시 살인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할 것이다.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팬덤정치를 이용해서 한 가족 전체를 말살해버리는 무자비한 행위였다. 이 부분은 용서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경청장과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이씨는 오는 17일에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에는 미국 아시아의원연맹 초청으로 미 의회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 유린과 말살 행위를 낱낱이 고발할 것"이라며 "미국에 다녀온 뒤 동생 장례식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발표에 대해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정부의) 판단은 사건 발생 지역이 북측 수역이었다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군과 해경, 정보기관의 다양한 첩보와 수사를 근거로 한 종합적 판단이었다"며 "이 같은 판단에는 비공개 자산인 군 특수정보(S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보안이 생명인 안보 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며 "군 특수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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