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무원 A씨는 2015년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3회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성폭력 상담소에 정기 후원금을 약속했고 선고 유예로 선처받았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되자 A씨는 태도를 바꿔 곧바로 후원을 중단했다. 2019년 A씨는 또다시 여자화장실에서 4회 몰래 촬영을 하다가 적발됐고 이번에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20대 B씨는 길에서 처음 본 40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강간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피해 여성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B씨는 수사 과정에서 ‘동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사건을 확인한 검사는 합의서의 내용과 합의 정황을 의심했고 추가 수사 결과 B씨가 어리숙한 피해자로 하여금 가짜 합의서에 서명만 하게 한 사실을 밝혀냈다. B씨는 결국 구속기소됐다.
대검찰청은 이 같은 ‘꼼수 감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서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 혐의를 받는 이들이 감형을 받기 위해 공유하는 이른바 ‘감형 매뉴얼’이 확산하고 있다. 재판부에 제출할 반성문을 전문적으로 대신 써주는 업체부터 헌혈과 장기기증, 자원봉사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말한다. 범행을 뉘우치기보다는 감형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검찰이 대응책을 들고 나섰다.
대검은 먼저 수사·재판을 받는 성범죄자들이 제출한 합의서, 재직·기부증명서, 진단서, 치료 확인서, 성범죄 예방교육 이수증 등 양형자료에 위·변조, 조작의 의심이 있는 경우 수사단계부터 공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반드시 위조·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아울러 거짓 양형자료를 만든 행위가 문서 위·변조죄, 증거 위·변조죄 등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파생범죄에 대하여 끝까지 수사하여 처벌할 계획이다.
또 대법원 양형기준상 감형인자로 볼 수 없는 성범죄자의 개인사정을 감형사유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예컨대 법원은 피고인의 구금이 부양가족에게 과도한 곤경을 수반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양형에 반영하는데, 부양가족이 임신을 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감형인자에 바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을 따져 감형인자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양형 감경인자인 ‘진지한 반성’에 대한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등 ‘꼼수 감형’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나아가 합의 시도와 무관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양형기준의 가중인자로 추가하도록 법원에 적극 의견을 제출하고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에는 적극 항소에 나서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부당한 감형자료에 대하여 적극 대응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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