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직 유행을 보면 선제 접종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원숭이두창 감염 증상에는…발열과 근육통·허리 쪽 통증 등 이후 발진 생겨
질병관리청, 위기경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지역 방역반 설치
국내 의학 전문가들은 세계적 보건 위기 우려를 낳는 감염병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국내 첫 발생에도 사람 두창 백신을 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처럼 대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두창 자체가 매우 잘 알려진 감염병이고 원숭이두창도 (사람 두창과)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라며 “사람 두창에 적용되는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것들이 상당수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서 코로나19처럼 아무런 초기 대책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와 백신 모두 사람 두창에 대해서는 비축이 되어 있고 백신은 원숭이두창에도 85%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되었다”며 “항바이러스제도 두창 계열에 대해서는 모두 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전용 치료제가 없다’는 일부 보도에는 “원숭이두창에 딱 맞는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일반 두창 환자에 쓰이는 다양한 항바이러스제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량이 확보되어 있다”며 “완전히 대응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숭이두창 전용치료제 도입 필요성을 놓고는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이고, 7월이나 8월에는 도입이 되어서 현장에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테코비리마트라는 항바이러스제가 치료제로 개발됐고, 원숭이 두창 백신도 있다”며 “일정한 지역에서만 발병하던 병이라서 모든 나라가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지는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아니지만 사람 두창 백신은 1세대, 2세대 백신을 갖고 있다”며 “필요하면 사람 두창 백신을 활용할 수 있고 (접종) 효과가 80~85%까지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유행이 심각해지면 두창 백신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인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7월 중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처럼 선제 접종의 필요성에는 “아직 유행을 보면 선제 접종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지역사회 유행 확인 시 확진자 중심으로 밀접 접촉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포위 접종 전략을 활용하면 예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답했다.
원숭이두창 감염 시 나타나는 증상에는 “주로 발열과 근육통, 허리 쪽에 통증이 있는 특별한 통증이 있을 수 있다”며 “2~3일 지나면서부터는 목이나 겨드랑이 쪽이 림프절이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런 증상이 2~3일 있다가 몸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한다”며 “발진 숫자는 수두 같은 것보다는 적고 크기는 좀 더 큰 형태로 진행이 된다. 이 수포가 터지면서 전파 가능성이 있는 형태로 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 계속해서 “미국 CDC는 호흡기 전파가 좀 더 쉽게 전파 가능한 형태로 바뀐 게 아닌지를 검토하고 연구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는 “WHO(세계보건기구) 공식 발표를 보면 증상이 없을 때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표현한다”며 “실제로 무증상 감염이 있었는지 확인 작업 중이지만 아직 무증상 감염과 관련된 분명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 22일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 발생에 따라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전국 시도에 지역 방역반을 설치해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접촉자 중 중위험군과 고위험군은 본인 동의 시 최종 노출일부터 14일 이내에 국내 비축 중인 2세대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며 3세대 백신 도입도 추진 중이다. 예방접종 대상 확대는 검토 중이지 않으며, 향후 국내 발생 동향에 따라 추후 접종 계획을 검토할 수는 있다. 국내 첫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에 탔던 접촉자는 총 49명으로 중위험군과 저위험군이 각각 8명, 41명이다.
질병청은 동거가족(동거인)과 성 접촉자 등 확진자와 피부와 체액 접촉이 있는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21일간 격리하고 보건소가 하루에 1~2회 증상을 확인하는 능동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중위험군’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 등을 말하며 격리 없이 21일간 능동감시를 진행한다. ‘저위험군’은 접촉은 했으나 거리가 가깝지 않아 위험이 낮은 사람이며, 21일간 본인 증상을 스스로 관찰해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방역당국에 보고하는 ‘수동감시’를 하도록 했다.
질병청은 유증상자의 입국 시 성실한 자진 신고와 협조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잠복기가 길어 입국 검역 단계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만큼 이후 의료기관을 통한 확인·신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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