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접종 부위에 수포·고름
“일반인은 아직 접종 필요성 낮아”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신8병동). 의료진이 이 병원 전재현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의 왼쪽 팔뚝에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분지침’을 찔러넣었다가 뺐다. 총 15회 반복한 후 전 센터장의 팔에는 붉은 자국이 생겼다. 의료진은 넓은 거즈로 덮어 마무리했다. 전 센터장은 “병원 특성상 원숭이두창 환자가 내원해 나도 모르는 새 노출될 수 있어 접종했다”며 “의료진이 책임감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접종한 이한나 감염격리병동 간호사는 “잘 모르는 백신이고 여러 번 찌른다고 해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안 아팠다”고 했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감염내과, 피부과 등 직간접적으로 원숭이두창 환자와 만날 수 있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사람 두창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해 세종충남대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의료진 등 약 20명이 신청했다.
국내에서 두창 백신 접종이 재개된 것은 1978년 이후 44년 만이다. 원숭이두창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보관 중이던 백신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의료진이 맞은 2세대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창 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말린 가루와 혼합용액으로 구성돼 있다. 주사 방식이 아니고, 가루와 용액을 섞은 뒤 분지침 끝에 묻혀 15회 찌른다. 피부에 상처를 내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백신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접종 전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소독하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상반응은 접종 후 발열, 발진 등이 대부분으로, 드물게 뇌염, 접종 부위 괴사 등 중증 반응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접종 후 약 일주일 동안 접종 부위에 수포와 고름이 생긴 뒤 딱지가 떨어지면 면역이 생겼다고 본다. 수포·고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기에 다 나을 때까지 목욕탕, 수영장 등 이용은 절대 안 되고, 가족과도 수건을 따로 쓰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선천성 또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 △심질환 또는 심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 △임부·수유부 등은 두창 백신 금지 대상이다.
필수의료진 외 일반인에 대한 두창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방역 당국과 의료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유행 규모가 커지면 영국처럼 고위험군에 선제적으로 백신을 맞히는 ‘포위접종’도 고려할 수 있다.
전 센터장은 “원숭이두창은 피부병변과 맨피부를 직접 문지르지 않는 한 감염 가능성이 작기에 일반인이나 검역소 등 의도치 않게 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직종이 다 맞을 필요는 없다”며 “국내 유입 상황에 따라 확대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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