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정보 1년 넘게 ‘정보공개포털’에
수사 상황 유추할 수 있는 정보도 포함
정보 악용해 ’2차 피해’나 ‘수사 방해’ 우려
“문서 기안자 공개 여부 체크 과정서 실수”
피의자의 개인정보,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원문 등 경찰의 수사 정보가 1년 넘게 인터넷에 공개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된 정보 중에는 수사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까지 포함됐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수사 정보를 악용한 ‘2차 피해’나 ‘수사 방해’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보공개포털’ 웹사이트에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 현업 동원명령서’ 수천 건을 공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시적 현업 동원명령서는 초과근무 승인을 위해 내부에서 쓰이는 서식이다.
문제는 해당 문서 원문이 공개돼 있다는 점이다. 동원 장소와 사유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수사 진척 정도를 유추할 수 있다.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웹사이트에 최소 1년 5개월간 경찰이 수사 내용을 ‘셀프 유출’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달 23일 작성된 동원명령서의 경우 “유흥업소 마약류 유통 피의자 김XX 검거 목적 주거지, 배회처 주변 탐문”,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 기반 소재 추적조사”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강남구 봉은사로 일대,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등 동 단위까지 구체적인 위치도 나온다.
같은 달 28일 동원명령서에도 “마약류 사건 체포영장 발부 피의자 김OO 관련, 피의자 이용 병원, 약국 인근 CCTV 영상 확인하여 동선 추적, 주거지 특정”이라고 적혔다.
내밀한 수사 내용 상당수도 첨부 파일 형태로 포함돼 있다. 피의자 실명,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주소 등이 적시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원문은 물론, 수사 사안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서도 확인 가능하다.
지난 4월14일 작성된 동원명령서는 가평 용소계곡 살인사건 수사전담팀이 작성한 것으로, ‘가평 용소계곡 익사 사건 관련, 의혹 확인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첨부돼 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피의자 이은해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 내용이 자세히 언급됐다.
이처럼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아무런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에 따르면 재판·수사 등 관련 정보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인천청 광수대 관계자는 “문서 기안자가 공개, 비공개, 부분공개 여부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업무 실수가 있었다”며 “해당 문서들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청 측은 “현재 청문과 수사감찰을 진행하며 진상을 확인 중“이라며 ”해당 직원들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어나서 안 되는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사를 받는 이들에게 수사 정보를 다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피의자가 도피할 개연성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떠한 경위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두원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수사관의 인적 정보 또한 노출돼 있어 피의자에 의한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관리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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