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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먹고 따릉이 타고 앱테크 즐기고… 고물가 시대 생존전략은 ‘新자린고비’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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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6 12:00:00 수정 : 2023-12-10 0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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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MZ세대 생활비 절약기

지갑 열기 무서운 직장인들
“월급은 그대로인데 안 오른 게 없어
점심 한끼 커피 한잔 값도 아껴야죠”
금리인상 직격탄… ‘과시소비’는 옛말
편의점 도시락 이용 식비 다이어트

싸게 더 싸게… “티끌 모아 태산”
배달 대신 방문… 저렴한 기업식당 찾아
웬만하면 도보, 주요소 싼 곳으로 원정
“구독은 사치” OTT정기구독 해제 급증
“리뷰 쓰면 포인트” 앱테크 뛰어들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안소윤(34)씨는 최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회사에서 간단히 먹을 도시락을 준비한다. 업무 시간에 마실 커피도 텀블러에 함께 챙긴다. 식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안씨는 “웬만한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고, 커피도 한두 잔 마시면 1만원이다.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주식은 ‘떡락(급격히 하락)’하고 물가만 치솟으니 살기가 너무 팍팍하다. 이렇게라도 돈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40대 직장인 이종환씨는 출퇴근을 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로 한다. 원래 자동차로 출퇴근했었지만, 주유소에서 주유할 때마다 오르는 휘발유 가격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러다가 기름값으로 생활비를 다 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며 “복잡한 대중교통은 싫어서 따릉이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경제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또 한 번 고비가 찾아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가 치솟은 물가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중산층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직장인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교통비와 식비, 생활비를 아끼는 나름의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식 두려워요”

고물가로 식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점심시간이 두렵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런치플레이션은 런치(점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 오르면서 23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폭도 8%로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 1인분 가격은 1만269원으로 전년 동월(9000원)보다 14%가량 올랐다. 짜장면 1인분 가격은 6223원으로 15.6% 급등했다. 김밥과 김치찌개 백반 가격도 각각 7.9%씩 올랐다.

직장인들은 식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저렴한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아예 도시락을 싸오는 ‘도시락족’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기업의 사내 식당이나 관공서의 식권 가격은 5000∼6000원대로 일반 식당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관공서나 기업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점심이나 저녁을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지난 1∼6월 CU편의점의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김밥 한 줄에 라면을 먹으면 8000∼9000원 정도 하는데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를 먹으면 4000∼5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며 “편의점 도시락 종류도 다양해서 나쁘지 않고 생활비도 줄일 수 있어서 즐겨 찾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성황했던 배달마저도 줄이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공개한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국내 주요 배달 앱의 결제추정금액은 6월 기준 1조8700만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전인 지난 3월(2조3500만원)과 비교하면 약 21% 감소했다.

 

이용자 수도 줄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배달 앱 3사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3209만2451명으로 전월 대비 약 5.3% 감소했다. 이는 최근 업체별로 최소 주문 금액이 1만원 이상인 곳이 많은 데다가 배달료까지 3000∼5000원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배달 대신 방문해서 포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들이 간편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뉴스1

대학생인 도모(23)씨는 “커피·디저트부터 점심, 저녁까지 하루 전체를 배달주문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 배달료가 5000원까지 올라가면서 국밥 하나를 시켜 먹으려 해도 15000원이 넘는다”며 “귀찮더라도 몸을 움직이면 훨씬 돈을 줄일 수 있어 포장을 해오거나 매장에서 직접 먹는다”고 말했다.

 

자동차로 출근하던 직장인들도 치솟는 유가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따릉이족’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족’으로 전향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기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ℓ당 2116.8원, 2150.4원으로 지난 5월 이후 줄곧 2000원대를 넘어섰다. 1년 전과 비교해서 휘발유는 28.9%, 경유는 49.6%가량 올랐다.

불가피하게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를 통해 카풀 동료를 구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서 ‘원정 주유’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과 따릉이 거치대. 연합뉴스

◆“‘플렉스’는 그만… ‘티끌 모아 태산’”

MZ세대의 ‘플렉스’(소비과시) 문화는 옛말이 됐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코인과 주식, 아파트 가치가 떨어지고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만회하고자 소비와 낭비를 줄이는 ‘짠테크’(재테크와 짜다의 합성어)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짠테크 중 하나는 ‘앱테크’다. 앱테크는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설문조사나 걷기, 리뷰 작성 등 앱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수행하면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원 상당의 포인트나 현금, 쿠폰 등을 제공한다. 소액이지만 매일 꾸준히 모으면 몇천원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꾸준히 작성해 1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모았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는 가게를 방문한 뒤 후기를 남기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서비스다. 김씨는 “30초만 투자하면 쏠쏠하게 돈을 모을 수 있다”며 “점심시간에는 간단히 식사한 뒤에 운동 겸 토스 만보기로 걷기 미션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로 쓰지 않는 물건을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쓰지 않는 가방, 신발, 의류, 생활소품 등 다양한 물건을 온라인 중고거래로 정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6월 월간이용자 수(MAU)는 1800만명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5.9% 증가했다. 누적 가입자 수도 3000만명을 넘어섰다.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외하고 취미 생활 등을 일절 중단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올해 초부터 골프를 시작한 직장인 이모(32)씨는 “골프를 치려면 복장부터 장비까지 갖춰야 하고 매번 칠 때마다 카트피, 캐디피까지 챙겨주다보면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지출 외에는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에 부담을 느껴 구독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월 1만원을 정기적으로 내는 대신 200원가량의 일일 이용권을 구매해 필요할 때만 보는 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구매력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들 수요가 감소하면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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