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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AZ)’ 술이라 부르지마! 이젠 MZ세대가 취한다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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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3 22:00:00 수정 : 2022-07-23 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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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해진 전통주들의 반란

래퍼 박재범, 증류주 ‘원소주’ 출시
가수 임창정은 ‘미숫가루꿀막걸리’
요리연구가 백종원 ‘백걸리’ 내놔

맛·향 즐기는 젊은이 주소비층 부상
서민술에서 ‘고품질’로 트렌드 변화
명욱 교수 “소비재 아닌 취향 추구”

주류박람회 참여 업체 수 날로 증가
2022년 279개사 참가… 2년 새 2배 급증
전통주 소믈리에 교육과정도 인기

국내 여성1호 소믈리에 엄경자 교수
전통주 창업 문턱 갈수록 낮아져
경쟁 치열… 품질은 무한 발전 기대
日 사케처럼 글로벌화 고민 필요

지난 시대로부터 명맥을 이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옛것이라는 ‘전통’, 힙하거나 유행스럽지 않은 오래된 것으로만 받아들여졌던 전통이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술, 전통주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 특성과 맞물려 전통주가 젊은이들의 힙한 문화가 되고 있다.

 

전통주 업계에서도 이러한 인기에 발맞춰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전통주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유명인들이다. 래퍼 박재범은 지난 2월 주류 제조 회사 원스피리츠를 설립하고 프리미엄 증류주 ‘원소주’를 내놨다. 알코올 도수 22% 증류식 소주로, 출시 일주일 만에 초기 생산물량인 2만 병을 모두 팔아치웠다. 지난 12일부터는 편의점 브랜드인 GS25를 통해 두 번째 제품 ‘원소주 스피릿’을 출시했는데, 이 또한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요리연구가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백종원도 양조장을 차리고 프리미엄 막걸리 ‘백걸리’를 지난 4월 내놨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에는 가수 임창정과 함께 ‘임창정미숫가루꿀막걸리’를 출시했다.

지명도를 앞세워 전통주 시장에 뛰어든 유명인은 전통주 중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술로 불리던 막걸리와 소주에 특히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주류 시장 패러다임 변화와 연관 있는데, 앞서 언급한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의 소비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막걸리와 소주 등은 박리다매였다. 최대한 싸게 많이 파는 게 목표였다. 그러다보니 술을 빚는 재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렴한 원료로 알코올을 만들었으며, 여기에 단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더했다.

 

지금은 아니다. 소비자가 꼼꼼하게 맛과 향을 즐기며, 원재료와 술 빚는 사람까지 살핀다. 여기에 나만의 취향,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까지 생산되고 있다. 품질뿐만 아니라 가치까지 담는 방식으로 소비 시장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류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전통주를 찾는 20∼30대가 늘고 있는 것. GS25가 막걸리를 구매하는 고객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 20∼30대가 2020년 9월 26.7%에서 2021년 6월 35.6%로 증가했다.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2030대에게 전통주는 마시고 즐기는 소비재가 아니라 취미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험을 위해 전통주를 마시며, 자신 취향에 맞는다면 과감하게 지갑까지 연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러브리티들이 전통주에 진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며 “박재범 원소주는 최초로 소주에 힙함을 담았고, 백종원 백걸리 역시 인공감미료가 전혀 없는 막걸리 원액이라는 본연 가치를 앞세우면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2030대 소비자 취향에 맞췄다”고 덧붙였다.

막걸리와 소주 등 전통주에 대한 2030대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모습.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제공

주류 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직접 전통주 양조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주류 박람회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 따르면 매년 박람회에 참석하는 전통주 업체는 늘고 있다. 전통주 업체는 2020년 143개사 202부스(25%), 지난해 189개사 240부스(31%)로 증가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열린 올해 박람회에는 역대 최다인 279개사 378부스가 참여했다. 전체 참여 업체 비율로는 35%에 달한다. 문아름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부사장은 “박람회에 방문하는 참관객들에게 전통주에 대한 홍보가 잘 진행됐고 현장 반응 또한 좋아서 매년 참가 지원이 늘고 있다”며 “새롭고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 또한 확대되고 있어서 전통주 분야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교육기관도 전통주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통주를 즐기는 데 이어 전문적으로 전통주에 대해 알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와인 소믈리에나 사케 소믈리에(기키자케시)와 같이 전통주 전문인으로, 소비자에게 전통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방송인 정준하나 류담, 예능과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미국인 더스틴 웨사 등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에 가양주연구소나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애주살롱 등 다양한 민간 기관에서 교육과정을 개설, 전통주 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교까지 가세했다.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가 2020년부터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을 운영 중이다.

 

다만 문제는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이 아직 ‘민간자격증’이라는 점이다. 민간자격증은 민간 기관이나 단체, 협회 등에서 관리·운영하는 자격증이다. 그러다보니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실제 어느 정도 자격을 가졌는지 자격증만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은 “전통주 소믈리에에 대한 큰 틀이나 기준이 없고 기관마다 개별적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해 자격증을 주고 있다”며 “산업 자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조주기능사(칵테일)처럼 국가자격증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화·고급화… 변신 거듭하는 전통주에 젊은이들 매료”

 

“MZ 세대는 ‘전통주’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게 아닙니다. 전통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관심을 가집니다. 두 번째로 전반적으로 전통주 주질이 높아졌습니다. 맛의 변화, 포장 용기와 라벨의 현대화, 다양한 가격과 고급화 등으로 젊은 세대들이 전통주를 찾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 1호 소믈리에인 엄경자(사진)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장은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전통주 인기 요인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엄 교수는 프랑스 보르도 CAFA 소믈리에 학교 한국인 1호 졸업생으로, 미쉐린 3스타 조르주 블랑(Georges Blanc)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수석 소믈리에를 역임한 바 있다.

 

엄 교수는 전통주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전통주 창업 문턱은 낮아지고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통주 품질은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증류주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통주 산업이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환경 문제에서 이슈가 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고, 체계적인 전통주 교육과 강사 훈련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일본 국세청과 사케 협회에서 영국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기관과 협력해 영어로 된 사케 교육 프로그램을 내놔, 전 세계에 인증 강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세종사이버대는 대학으로는 이례적으로 전통주 관련 교과목을 운영 중이다. ‘한국전통주의 이해’와 ‘술빚기’ 과목으로, 전통주 개론과 양조 방법을 심화해 가르친다. 더불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반도 운영 중이다.

 

“전통주 맛과 문화 전승 및 보급을 위해 전통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추천하는 전문인인 전통주 소믈리에를 양성해야 합니다. 이들을 통해 전통주 산업이 활성화되고 건전한 음주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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