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확산 속 발병건수 1만4000건 넘어
전 세계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WHO는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날 오후 내지는 내주 초 사이에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 선언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WHO에 따르면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는 전날 비공개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 선언 여부를 논의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특정한 질병의 유행이 PHEIC로 결정되면 이를 억제할 수 있도록 WHO가 각종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다.
현재까지 PHEIC가 유지되고 있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일하다.
앞서 WHO는 지난달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를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 선언 여부를 검토했지만, 확산 수준이나 치명률 등에 비춰 아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 이후로 감염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상태에서 원숭이두창은 두번째 판단을 받게 됐다.
천연두와 증상이 비슷한 원숭이두창은 유증상 환자와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원숭이 두창은 발병 시 발열, 두통, 근육통, 근무력증, 오한, 허약감, 림프절 병증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발진 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다. 치명률은 3∼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공기를 통한 감염 확률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전파가 쉽게 되지는 않는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40년에 걸쳐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화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그러나 올해 5월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갑자기 확산하며 코로나19와 같은 또 다른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불렀다.
WHO가 전날 공개한 전 세계 감염 사례 건수는 1만4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가파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WHO 유럽사무소는 이달 초 원숭이 두창 감염 건수가 2주 만에 3배로 급증했다며 긴급 조처를 촉구했다.
만약 원숭이두창에 대해 PHEIC를 선언하면 전 세계에 경각심을 주고 방역 활동에 필요한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반면 다른 질병에 대한 대응 여력을 낮출 가능성도 생긴다.
이미 PHEIC가 선언된 코로나19에 전 세계 각국이 대응하느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등 아동 필수 예방 접종률이 3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는 WHO의 조사 결과는 의료 대응에도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원숭이 두창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전날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를 소집하면서 “내가 내릴 결정이 공중 보건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함께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숭이두창의 전파 유형에 비춰 발병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남성과 성관계한 남성에게서 주로 원숭이 두창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런 전파 패턴으로 인해 자칫 사회에서 환자에 대해 낙인찍기를 하면 질병을 추적·예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언급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