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가파(GAFA) 또는 빅테크로 통칭하는 구글(G), 애플(A), 페이스북(F), 아마존(A)을 대체할 유럽 토종 플랫폼 대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스케일업’ 프로젝트를 공표하였다. 시장가치로 1000억유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대략 130조원 규모의 유럽 플랫폼 대기업 10개를 2030년까지 육성시켜 미국 빅테크를 유럽 시장에서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럽 플랫폼 보호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GAFA의 유럽 내 사업활동을 최대한 견제해야 한다.
이에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여 GAFA를 견제할 목적으로 여러 규제를 만들었고, 그 일환으로 플랫폼 대기업이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면 불법이라고 하면서, 불공정한 행위라는 인상을 전파하기 위해 ‘자사우대‘(self-preferencing)라는 말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경쟁법이 보호하는 경쟁은 원래 자기를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즉, 사업자 누구나 자신을 위해서 경쟁하므로, 자사우대라는 말은 자연스러운 경쟁행위를 말하는 것일 뿐이고, 이는 원래 경쟁법이나 규제법에서 금지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EU의 디지털시장법을 본떠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또는 이커머스 기업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시도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검색엔진 서비스의 경우 ‘검색중립성’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검색중립성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적 개념이다. 심지어 검색중립성과 비슷한 시각에서 이커머스 사업자의 상품 진열 방식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합리적 근거가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아마존과 연합한 11번가, 인터파크, 신세계, 롯데, 마켓컬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단독 시장지배력에 관한 증거도 없다.
EU가 자기네 플랫폼 산업 보호를 위해 만든 규제법을 우리가 잘못 수입하여 오히려 우리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규제로 인한 통상장벽에 부딪혀 해외 진출의 기회가 막힐 때 우리 기업들을 위해 싸워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우리 기업들을 합리적 근거 없이 규제하려 한다면, 할 말이 없어진다.
플랫폼 경쟁과 혁신을 잘못 규제하면 결국에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 최근 정부는 경쟁과 규제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제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이루는 플랫폼 산업이나 이커머스 산업에서 지속적인 경쟁과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확한 분석과 객관적 연구에 기초한 규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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