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치사율이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두 달만에 재발하면서, 방역·물가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물가당국은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인해 농축산물 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 ASF까지 재발하면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 부담이 더해져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다.
20일 뉴스1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강원 양구군에서 돼지 561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한 농장에서 ASF 발생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5월26일 강원 홍천군 돼지농장의 ASF 발생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번에 발생한 ASF는 농장주가 돼지 폐사체를 발견한 후 방역 당국에 신고하며 접수됐고, 강원도동물위생시험소가 정밀분석한 결과 확진으로 판정됐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했다.
방역당국은 ASF 확산차단을 위해 발생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561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강원도내 전체 양돈농가 201호를 대상으로 임상검사를 실시했다. 또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조치에 나섰다. 20일 오후 10시30분까지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도 발령됐다.
이번 ASF 재발은 농식품부의 추석 대비 방역 대책 기간에 이뤄지면서, 향후 추가적인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ASF 중수본은 추석 연휴 전 1개월간 '집중 소독·홍보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은 특히 ASF 발생지역이 경기·강원을 넘어 경북까지 확산되는 등 오염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차량 및 사람 이동 증가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큰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추석 직후 강원 화천(10월8~9)에서 ASF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강원 인제(10월5일)에서 명절 직후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 때문에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19일) 긴급 방역회의에서 "귀성객의 양돈농장 방문을 자제하고 양돈농장 종사자들이 벌초와 성묘를 위해 ASF 발생지역에 입산(入山) 등 출입하지 않도록 홍보해 달라"면서 추가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번 확진 사례로 인해 방역당국 뿐 아니라 물가당국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나타내는 등 밥상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7.1%로 올랐고, 축산물의 경우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를 중심으로 6.5%가 상승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이번 확진 사례로 인해 장·단기적으로 국내 돼지고기 공급에 영향을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1일을 기준으로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17만 마리"라며 "이번 발생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 5610여 마리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0.05% 수준으로 국내 공급에 영향을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확산 사례가 잇따라 발생할 경우에는 이동중지 명령 등이 발령되면서 돼지고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지난 2019년 ASF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그 해 9월 삼겹살 소매가격은 kg당 2만560원으로 전월 대비 8.7% 상승해 '금(金)겹살'로 불린 바 있다.
정부는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겠단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가용한 소독인원을 총동원해 전국 양돈농장 및 주변도로를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있고, 강원권역 농장의 돼지 분뇨의 권역 밖 이동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남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포획 및 수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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