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말도 마이소. 세상 조용하니 참말로 좋네예.”
22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입구. 아직 여름이 물러가지 않았다고 시위하는 듯 매미가 마을 여기저기서 울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사저 가는 도로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최근 집회·시위 소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던 매미 우는 소리가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찾아간 평산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처럼 조용했다. 사실 이곳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난 5월10일부터 확성기와 마이크 등을 동원한 집회·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날은 대통령 경호처가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 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울타리부터 300m로 넓혀 강화하겠다고 나선 첫날이다. 이 같은 조처 때문에 사저로부터 반경 300여m 떨어진 평산마을 입구 쪽 음식점부터 평산마을 뒤쪽 지산마을 마을버스 종점 사이 구간 곳곳에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 및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가 적힌 안내간판과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입구에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과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고, 경호원들은 차량과 방문객에게 방문 목적 등을 확인한 후 통과시켰다.
전에 없던 조처로 마을 분위기가 한층 삼엄해진 듯했다.
사저 맞은편 도로에는 10여명이 그늘 아래서 1인 방송이나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은 없었다.
도로 갓길에 내걸린 문 전 대통령 비방 현수막도 모두 사라졌다. 경호구역이라고 해서 집회나 시위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검문검색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사저 인근에서 방송 중이던 유튜버가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경호구역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사저 경호 강화 이후 행해진 첫 물리적 조치였다.
평산마을이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105일 만에 다시 평온을 찾자 주민들은 반색했다.
사저 인근 주민 신한균(62)씨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 지금은 새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최근에는 1인 시위자와 유튜버들 때문에 안 들렸다”며 “옛날 평화롭던 마을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사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48년째 살고 있다는 김성태(67)씨는 “집회가 한창일 때는 너무 시끄러워 보청기를 뺀 채 밭에 가서 고추를 살폈는데 오늘은 예전처럼 조용해 다시 보청기를 끼니 일상을 되찾은 거 같아 정말 좋다”며 “이 평온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흐뭇해했다.
조용해진 평산마을이 반갑기는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 친척과 놀러 왔다는 신영한(60)씨는 “겸사겸사 친척과 찾아왔는데 뉴스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너무 조용해 평화롭다는 느낌마저 든다. 조용한 시골마을을 한적하게 걸으니 힐링도 되는 것 같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 퇴임 후부터 사저 인근에서 장기 1인 시위를 하다가 지난 18일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된 A(65)씨가 문 전 대통령 부부를 맞고소했다.
A씨는 ‘문 전 대통령은 간첩이다’, ‘김정숙 여사가 나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