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이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면담한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살몬 보고관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로부터 내달 3일 오전 10시에 살몬 보고관과 면담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래진씨는 앞서 지난 10일 조카와 함께 모리스 티볼 빈즈 유엔 비사법적 약식·임의처형 특별보고관에게 동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살몬 보고관과의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면담으로 이씨 유족은 지난 6월28일 오헤아 킨타나 당시 보고관과 만난 이후 약 두 달 만에 신임 보고관과 대면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의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9월13일부터 5박7일 간 방미할 예정인 이래진씨는 살몬 보고관과 만남에서 유엔총회에서 직접 연설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살몬 보고관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접견도 예정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 장관은 이번이 살몬 특별보고관의 첫 방한인 점을 감안, 특별보고관을 접견해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방한하면 외교부와 통일부 차관을 예방하고 국장급 인사들을 면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장관이 직접 살몬 보고관을 접견하는 것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에 힘을 싣고 있는 윤석열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중시 기조를 표명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살몬 보고관은 방한 기간 동안 박진 장관은 물론 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부처 인사, 시민사회, 탈북민과의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살몬 보고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오는 10월 유엔총회에 제출할 북한인권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전망이다.
살몬 보고관은 페루 출신 국제법 학자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 3일 윤석열정부의 이신화 신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화상 통화에서 “북한인권의 실상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신화 대사는 2009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약 7년여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지낸 로버트 킹 전 특사와 화상통화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대사는 킹 전 특사에게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조기 임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인권 문제 관련 한·미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킹 전 특사는 이 대사의 지적에 공감하며 “북한인권 증진 임무는 쉽지 않은 과제지만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간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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