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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노조에 거액 손배소…“기업 방어권” vs “노조 탄압”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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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4 15:00:00 수정 : 2022-08-24 16: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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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시위에 기업 고액 손배소송 빈발
소송 막는 ‘노란봉투법‘ 국회 발의·파기 반복
기업 측 “민·형사 책임 당연…불법 면책 안돼”
노조 측 “배상 보단 노동조합 약화 수단 악용”

#2020년 1월 설립된 강동문화재단 노동자들은 그해 2월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재단이 5개월 넘도록 교섭에 응하지 않자 파업찬반투표를 거쳐 같은 해 11월12일 전야제를 열고 13, 14일 이틀간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재단은 전야제와 파업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었다며 ‘업무방해’로 노조를 고발하고 3억4500만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는 전야제 집회는 근무시간 이후였기 때문에 업무방해는 없었다고 말하지만 재단 측은 소를 취하하지 않고 1심을 진행 중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서울쇼트공업은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노동가요를 틀었다는 이유로 824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대의 확성기로 튼 노동가요가 집회 관련법상 소음 기준을 초과해 회사 대표이사 및 임원 관리자 18명의 휴식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사용자 측은 1심이 진행되는 중 노조와 교섭을 진행했고 합의 끝에 소송을 취하했다.

 

이 사례는 시민단체 ‘손잡고’에서 공개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기록이다. 손잡고는 사용자 측이 손배 소송을 무기로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압박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의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에서 31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을 벌인 하청 노조에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자의 쟁의 행위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서 보내는 캠페인에서 유래됐다. 당시 시민단체의 주도로 이뤄진 이 캠페인에는 가수 이효리씨도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봉투를 보내는 등 4만7000여명의 시민이 14억7000여만원을 모금했다.

 

이후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반발에 부딪혔고 환경노동위에서 법안심사를 한 차례 한 것 말고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손해배상 대상을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와 경영계 간 찬반 대립이 격화될 전망이다. 

 

찬성 측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이 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자의 쟁의행위는 노동자가 사용자 측에 맞서야 하는 권리이고 사용자 측 역시 노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사용자 측의 책임은 지우고 노조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다시 바닷물 채워지는 대우조선해양 1독. 대우조선해양 제공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는 “사용자 측은 일반 노조원들에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걸면서 노조에 탈퇴하면 제외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유를 하곤 한다”며 “실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거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약화하는 수단으로서 소송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으로써는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의 쟁의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합당한 이유가 있어도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원청을 상대로 목소리로 낼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이 법이 제정된다면 노조의 모든 불법행위까지 면책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의 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 측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까지 면책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김철희 경총 노사관계지원팀장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재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면책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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