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야구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홍민재(23)가 타격 테스트를 마친 뒤 환하게 웃었다. 2018 KBO 드래프트서 지명을 받지 못했던 홍민재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프로에 재도전하는 외야수다. 183㎝에 97㎏ 큰 체구를 갖춘 홍민재는 시원하게 배트를 휘두르며 실내 연습장 상단까지 타구를 보냈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9일 인천 강화군 SSG 랜더스퓨처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프로야구선수에 도전하는 아마추어 선수 13명이 10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투수 7명과 야수 6명이 참가했다. 2021년 롯데에 1순위로 지명된 손성빈(20) 친형 송정빈(23)과 예능 ‘청춘야구단’ 소속 이동규(29)가 그나마 대중에게 알려진 선수였고, 예전처럼 해외파나 유명인 혹은 야구인 2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과 부상이 반복돼 야구를 그만뒀다 마운드에 선 김성준(26) 같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다시 꿈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김성준은 중학교 3학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재활을 거쳐 다시 마운드에 섰지만 고1에 다시 부상이 터졌다. 김성준은 “재활이 정말 싫어서 야구를 떠났지만 20세가 되고 나니 마운드에 있었을 때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최고시속 132㎞까지 던졌지만 속도가 점점 올라오고 있어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중 고교와 대학에 선수 등록 이력조차 없는 이들도 6명이 포함돼 있었다. 최성빈(20)은 청주중 3학년때까지 야구를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선수다. 왜소한 체구(프로필 175㎝)에도 빨랫줄 같은 타구를 생산한 최성빈은 “일본 대학에서 4번타자를 칠 정도로 장타력도 있다”며 “내야 모든 수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슷한 성향을 가진 김하성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야구를 했던 이성환(26)도 마찬가지다. 언더핸드 투수인 이성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고, 중학생 때 일본에 건너가서도 계속 야구를 했다”며 “손목을 다쳐서 예전만큼 기량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아 야구를 포기했지만 예전 기량을 회복할 자신이 있어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신에서는 연습생 신분이었다”며 “2개월 동안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만 본 게 전부”라고 소개했다.
투수조에서는 동갑내기 친구 고휘재(23)와 김민종(23)이 서로를 응원하며 긴장을 풀었다. 이들은 모두 대학교를 중퇴하고 독립구단에 뛰어든 선수다. 김민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팀 훈련도 잘 못 했고 그렇다고 개인 훈련이 잘 되지도 않았다”며 “경기가 많은 독립구단에서 경험을 쌓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고휘재 역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뒀다”며 “트라이아웃을 경험한 선수들이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했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휘재는 김민종 강점에 대해 ‘빠른 볼’을 꼽았다. 김민재는 고휘재 장점에 대해 ‘영혼을 던지는 투수’라고 말하며 웃었다.
프로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치면 소원이 없겠다며 해맑게 웃던 이들이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웃음기 사라진 표정으로 힘차게 공을 던졌다. 피칭을 마친 고휘재는 “시속 140㎞까지 나와 만족한다”고 했지만 김민종은 “최고 시속 152㎞를 찍었는데 시속 146㎞밖에 나오지 않아 아쉽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날 테스트를 마친 13명은 오는 9월15일 열리는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 선택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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