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장마는 유난스러웠다. 통상 8월 초면 장마가 끝나고 볕이 뜨거워야 했는데 그런 상식은 허물어졌다. 예상 밖 긴 장마였다. 장마가 끝났다고 여길 즈음엔 난데없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곳곳에서 아우성이 쏟아졌다. 설상가상 역대급 ‘전투력’을 지닌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이다. 추석을 앞둔 6일 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할 것이라고 한다. “전국이 힌남노 영향권 아래 들어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상청 경고까지 나왔다. 우려스럽다.
태풍은 중심 부근 풍속이 초속 33m 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이다. 역대 최강은 2015년 10월 미국과 멕시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퍼트리샤’다. 872hPa(헥토파스칼)에 분당 최대풍속이 345㎞에 달해 ‘퍼펙트 스톰’으로 불렸다. 피해만 놓고 보면 그보다 앞선 ‘카트리나’(2005년 8월)가 더 강렬했다. 미 남동부 일대가 거의 초토화되고 18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구나 예견된 인재이다 보니 미국 사회에 던진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국내 태풍 중에는 2002년 8월 말 한반도를 관통하며 사망과 실종 246명과 5조원대 손실을 입힌 ‘루사’가 유명하다. 피해 규모는 이보다 작았으나 이듬해 9월 추석 때 찾아온 태풍 ‘매미’는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무섭다는 속설을 증명했다. 루사와 매미는 아직도 태풍의 전투력 측정기로 사용될 정도로 악명 높다. 8말(末) 9초(初)면 한반도는 늘 태풍 사정권이다. 태풍의 순기능이 없진 않으나 곤혹스럽다. 지구 온난화로 이런 대형 가을 태풍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니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의 태풍 권역에 있다. (태풍으로)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의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제위기 상황을 강조한 것이 엊그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5%대를 돌파한 암울하고도 서글픈 시기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추수를 앞둔 들녘이 온전하길 바라본다. 태풍 피해로 고난과 좌절을 경험했던 전례가 적지 않다.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당국이 다가올 재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 폭우 피해에 상심이 크고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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